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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미국·이란전,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시합 중 하나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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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미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경기 시작 전 자국 국기를 얼굴에 그린 양국 응원단이 나란히 서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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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치러진 카타르월드컵 미국과 이란의 B조 조별리그 경기가 정치적인 시합이 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양팀의 경기가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경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축구팀이 자국 신정체제 탄압에 저항하는 이란인들의 민심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비난 여론의 ‘피뢰침’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WSJ는 과거 정치적 분열을 넘어 이란인들을 하나로 묶었던 이란 대표팀이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대회 직전 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대표팀은 반정부 시위 지지 차원에서 앞선 영국과의 경기에서는 국가 제창을 거부했지만, 이후 웨일스전부터는 다시 국가를 불렀다. 캐나다에 거주한다는 이란 기업가 다니엘은 WSJ에 “늘 조국이 이기기를 바래왔지만 이란 정부가 이기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주 웨일스전 승리 이후 군복을 입은 이란 정부 지지자들이 수도 테헤란 거리에 모여 이슬람 공화국 국기를 흔들고, 관영언론들이 일제히 “통합의 기적”이라고 선전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란 남부 도시 부셰르에 산다는 에너지기업 회사원 세자드는 “이 팀은 정부가 아닌 국민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일부 이란 팬들은 ‘여성의 삶과 자유’라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을 나서며 반정부 시위 지지 구호를 외쳤다.

한편 미국 대표팀은 앞서 지난 27일 이슬람 공화국 상징을 제거한 이란 국기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정치적 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대표팀은 성명을 통해 “이란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싸우고 있는 여성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러한 그래픽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이 자국 국기를 왜곡한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경기를 중단시키고 미국을 월드컵에서 바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축구협회는 “이는 국제법 위반일뿐더러 이란팀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라며 해당 사안을 FIFA 윤리위를 통해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국무부는 자국 축구협회와 대표팀의 어떤 결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BBC 등은 앞서 화합의 장 역할을 했던 두 팀 경기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양팀의 가장 최근 맞대결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였다. 이 경기 한 달 전 미국 국무부는 이란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로 지목했고, 이란 정부도 반미 구호로 맞섰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 나선 양국 선수들은 꽃다발과 축구협회 문양이 새겨진 삼각기를 주고 받으며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다. FIFA는 20년간 적대 관계에도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며 두 팀에 페어플레이상을 줬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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