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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반지하는 비주거용으로, 노후 고시원은 공공기숙사로···서울시, ‘지옥고’에 주거 안전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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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반지하 주택 밀집 지역 모습.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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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주거용 반지하가 있는 주택을 사들여 새로 짓거나 비주거용으로 전환한다. 오래된 고시원은 매입 혹은 공공기여를 통해 1~2인 가구가 사는 ‘공공기숙사’로 만든다. 판잣집과 비닐하우스 거주자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길 수 있도록 보증금과 이사비 등을 지원한다.

30일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촘촘한 주거안전망 확충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취약계층에 대해 가구별 여건에 맞는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40만 가구가 헌법에 명시된 주거권을 누리지 못하고 생존과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공급자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주거 취약계층을 발굴해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대책을 보면 침수와 화재, 범죄 등과 같은 위험에 취약 거주지의 성능·시설을 보완하고, 제도를 몰라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신청이 아닌 ‘발굴’ 주거복지에 집중한다. 2023~2026년까지 국비와 시비 등 총 7조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시 매입, 집주인 수리 지원으로
‘지옥고’ 단계적으로 없앤다


침수 이력이 있는 반지하가 포함된 건물부터 서울시가 사들여 신축하거나 기존 반지하를 비주거용으로 전환한다. 정비된 주택의 지상층은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주거취약계층이 먼저 입주할 수 있게 한다.

건물 소유주가 주변 지역과 공동 개발을 원하면 기존 반지하 가구를 없애는 대신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확보된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용으로 서울시가 매입한다. 이곳에 기존 세입자가 다시 입주할 수 있게 한다.

서울시는 이같이 정비한 반지하를 ‘안심주택’으로 바꿔 2026년까지 1만64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 서울 반지하 가구, 지상층 이사하면 2년간 월 20만원씩 지원
https://www.khan.co.kr/local/Seoul/article/202211241115001


노후 고시원 역시 서울시가 사들여 공유주거 형태로 리모델링한다. 1~2인 가구가 주거공간을 개별로 갖고, 주방·세탁실·도서관 등 생활편의 시설은 입주민들과 함께 쓰는 기숙사 형식이다.

내년 서울시가 보유한 신림동 고시원을 먼저 ‘서울형 공공기숙사’로 조성한다. 2024년부터는 북아현3구역(500가구), 광운대 역세권(924가구) 등 대학 밀집 지역에 확보한 부지에도 대규모 기숙사 건립을 추진한다.

기존 고시원 가운데 스프링클러·피난 통로 등 안전 기준과 최소 거주 면적 등을 충족하면 ‘안심 고시원’으로 인증한다. 민간 소유자가 안전 설비를 갖춰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을 서울시가 보조한다.

옥탑방도 구조와 단열, 피난로 등을 건축·안전 기준에 맞춰 수리할 경우 비용을 지원한다. 장애인, 고령층 1인 가구, 아동 동반 가구가 거주 중인 옥탑방이 우선 대상이다. 집수리 후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집주인과 약정해 ‘장기안심주택’으로 운영한다. 무주택 시민이 보증금 일부를 무이자로 지원받아 최장 10년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내년 50곳을 시작으로 2024년부터 연 100곳씩, 4년간 총 350곳의 옥탑방을 이같이 정비한다.

격년으로 주거취약계층 실태 조사
열악한 주거지 확인하는 지도 구축


판잣집과 비닐하우스 등 주택이 아닌 형태의 주거지에 사는 시민들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SH의 주거안심종합센터를 통해 구룡·성뒤·재건마을 등지에 거주하는 1576가구를 우선 찾아 상담한다. 이주가 결정되면 주거비와 이사비, 생필품을 서울시가 지원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시내에 이 같은 거처를 없애고 안전·위생 등이 취약한 주택을 계속 발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위기가구를 조사해 지원, 사후관리까지 하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2년마다 주거취약계층 대상 주거 실태 표본조사를 해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보강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조사를 바탕으로 ‘지옥고’ 등 주거 유형별 이력을 서울시 건축 주택종합정보 시스템에 등록해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자치구별 반지하 주택 숫자와 경과 연수, 주택 상태, 침수 여부를 확인 가능한 주거 안전망 지도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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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주거안정만 시스템을 만들어 자치구별 반지하 주택 관리지도를 구축하기로 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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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택 성능 개선 지원 구역에만 한정했던 집수리 보조금도 서울 전역의 취약거주 시설로 확대한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을 대상으로 한 이 제도는 그동안 빗물 유입방지 시설 등이 중심이었으나 앞으로 단열 성능, 환기, 내부 높낮이 차 제거와 같은 안전·편의 시설로 항목을 다양화한다. 고령층과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거주하는 집부터 2026년까지 총 2300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종합대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SH의 주거안심종합센터를 중심으로 민간 기업, 비영리조직(NPO) 등과 협력하는 구조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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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한 주택가의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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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업과는 사회 공헌 활동과 연계해 주거 개선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14일 한국해비타트·대우건설과 협약을 맺어 북아현·화곡동의 반지하 가구에 재해 예방시설을 설치하고 창호·단열·방수 등 집수리를 진행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시복지재단, 변호사협회 등과는 주거·법률 상담과 보증금 지원 등을 돕는다. 종교단체, 사회복지시설, 공인중개사 등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이들과는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발굴한다.

서울시는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회성과연계채권(SIB)과 서울형 ‘ESG 지표’ 발굴 등 인센티브도 검토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그동안 임대주택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 서울 주거복지의 축이었으나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지옥고’ 등의 거주지 숫자는 줄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 같은 열악한 주거 형태 개선이 대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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