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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파일] '기밀 유출' 기업은 복귀 전 몸풀기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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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10여 건의 군사기밀을 빼내 사업에 활용한 총기류 전문업체 A사가 6개월의 제재 기간이 끝나가자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때 맞춰 방사청은 A사가 노리는 사업 재개를 추진하는 등의 조치들을 하고 있습니다. 비리 기업이 정부 사업 없는 한가한 시기에 정부 사업 참여 제한되는 부정당 제재받으며 쉬었다가, 짧은 제재 종료되면 다시 활개 치는 고질적 악순환이 또 벌어질까 걱정입니다.

방사청은 최근 A사의 비리로 중단된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연구개발사업의 방식을 다시 정하는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사업 방식이 바뀌는 분위기인데 이렇게 되면 A사 비리로 망가진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에서 A사가 또 유리한 고지에 오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A사는 어제(2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국-폴란드 방산협력 컨퍼런스에도 참가했습니다. 방사청이 주도해 방산 수출 큰손 폴란드와 수출 확대를 논의하는 자리에 국가대표로 나선 것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A사 사건을 일컬어 "6년간 총기류 기밀 무더기 탈취"라고 표현한 언론 보도에 대해 방사청 고위직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방산 수출의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방사청은 비리 기업에 엄격해야 합니다.

연구개발에서 구매로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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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전시회에서 국산 총기를 다뤄보는 육군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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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2020년 6월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연구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안보지원사령부가 A사를 압수수색했더니 대표이사 등 임원들 PC에서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차기 경기관총, 신형 기관총, 저격소총 사업 등과 관련된 군사기밀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석 달 뒤 방사청은 A사와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연구개발 사업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검찰 수사가 개시됐고, 방사청은 작년 12월에야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방사청이 기밀유출의 죄를 물어 A사에 부과한 부정당 제재는 지난 6월 초 시작됐습니다. 다음 달이면 끝납니다.

방사청은 1년 가까이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 재개에 손 놓고 있다가 공교롭게도 A사의 부정당 제재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들어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분석' 용역 입찰 공고를 낸 것입니다. 연구개발과 구매 중 획득의 방식을 다시 정하는 용역입니다.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은 원래 연구개발이었는데 "연구개발로 할까, 구매로 할까" 묻는 용역을 한다는 것은 구매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방사청 박근영 대변인은 어제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환경도 변화됐고 외부에서도 필요성이 많이 제기됐기 때문에 지금 (사업분석 용역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사에 적용되는 비리 벌점은 연구개발 사업에서는 치명적인데 반해, 구매 사업으로 전환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매 사업이 되면 A사는 가격을 깎아 써서 낙찰 도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부정당 제재 기간이 끝나가니까 A사를 위해 사업 방식을 구매로 전환하려고 연구용역을 한다는 의심에 대해 방사청 박 대변인은 "그렇게 자꾸 몰아가면, 오해하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용역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그래서 방사청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지 잘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한-폴란드 컨퍼런스에 '국대'로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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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전시회에 진열된 국산 총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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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국-폴란드 방산협력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우리 방산기업 18개 사가 참가했는데 이중 A사도 포함됐습니다. 방산 비리 사건으로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고 현재 제재를 받는 기업이라면 자중해야 함에도 국가대표를 자처한 격입니다. 바르샤바에 파견된 국내 방산업체의 한 임원은 "A사의 컨퍼런스 참가 경위에 대해 웅성거리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고 전했습니다.

하고많은 기업 중에 왜 A사를 보냈을까? 방사청은 "방진회(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참가하고 싶은 업체들의 희망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가 방진회에 공문을 보내 참가를 독려했을 리 만무합니다. 폴란드 정부는 방진회가 아니라 방사청에 우리 기업들의 참가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사청은 방산비리업체의 참가를 막았어야 했습니다.

애초에 방사청이 A사에 부과한 제재 자체가 솜방망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A사의 비리 규모라면 5년의 부정당 제재와 방산업체 지정 취소도 때릴 수 있었지만 단 6개월의 부정당 제재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방사청이 힘써 도울 방산업체는 A사 말고도 수두룩합니다. 이런 식으로는 방산 비리 근절 못 합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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