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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CPR 처음 해봐요”…참사 한 달, 가정도 변화[안전전쟁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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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민안전체험관 응급처치 교육

이태원 참사에 응급처치 배우는 엄마들

쿠키뉴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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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뉴스를 보고 곧바로 응급처치 교육부터 예약했어요”


29일 오전 인천국민안전체험관 응급조치 교육장에 십여명의 교육생들이 모였다. 이날 응급처치 교육을 담당한 박모 소방관은 교육생들에게 올바른 CPR 방법과 자동 심장충격기(AED) 사용법, 기도폐쇄 응급처리 등 일상생활 중 일어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 소방관이 강조한 응급처치 방법은 △심정지 4분 안에 환자의 어깨를 두드려 반응을 확인하고 △주변에 119 신고 및 AED 요청을 하고 △CPR △자동 심장충격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4분 안에 제대로” 올바른 CPR 익히기…압박 쉽지 않아

이론 교육을 받고 CPR 실습 인형(애니)과 마주했다. 정확한 압박 위치를 찾는 것부터 애먹었다. 가슴 중앙 복장뼈(흉골) 아래쪽 절반 부위를 압박해야 한다. 양 젖꼭지 사이의 가운데 지점을 압박할 수도 있지만 사람마다 젖꼭지의 위치가 달라 복장뼈 아래 명치 사이의 2분의 1 지점을 압박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영상으로만 배운 압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두 손을 깍지 낀 상태에서 팔을 직각으로 유지한 채 손꿈치로 압박점을 1초당 2번씩, 5cm(성인 엄지손가락 길이정도) 깊이로 눌러야 한다. 심폐소생술을 1분도 채 하지 않았는데도 숨이 차올랐다.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첫 가슴 압박을 한 교육생들은 숨을 헐떡이며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처음 교육에 참여한 다른 교육생과 기자는 서로를 마주보며 “한 번으론 안 될 것 같다”며 “응급 상황을 생각하면 익숙해질 때까지 또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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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29일 오전 인천국민안전체험관 응급조치 교육장에서 처음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사진=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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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처치할 줄 몰라요”…교육기관 찾는 시민들


“심폐소생술 교육 받아보신 분 계신가요?”

박 소방관의 질문에 초등학생 1명을 포함한 12명의 성인 교육생 중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학부모 A씨 일행은 이날 처음 응급처치 교육을 받아봤다고 한다.

계기는 이태원 참사였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발생한 참사 당시 현장에서는 심폐소생술(CPR)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이가 적어 안타까움을 샀다. 참사를 교훈삼아 혹시 모를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응급처치 교육에 나선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체험관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교육을 맡은 한 소방관은 “이전에는 가족 단위 교육생이 많았다면 최근엔 성인 교육생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생활화된 안전 습관…가정의 역할도 중요


이태원 참사 이후 응급조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어디에서, 어떻게 안전교육을 배울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기자가 학부모 10명을 상대로 CPR, AED 사용법을 알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이중 7명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학교 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잘 알고 있다”고 답한 3명은 군대(예비군·민방위)에서 반복적으로 응급처치 방법을 배운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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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군중 밀집 지역 안전사고 예방 교육 동영상을 개발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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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 자녀를 둔 이모씨는 “응급처치 교육은 한 번도 안해봤다”며 “학교에서 심폐소생술 등 안전교육을 조금이라도 더 배운 아이들이 (저보다) 잘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씨는 “응급처치를 배울 수 있는 체험관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아이들만 할 수 있는 것인줄 알았다”며 “잘 배워서 가정에서 아이들에게도 가르쳐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전 습관은 생활화돼야 한다. 정부와 학교 못지 않게 가정의 역할도 크다. 가정에서도 자녀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해 아이가 스스로 재난과 같은 위험한 상황을 인식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처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가르쳐줘야 한다. 응급처치 교육이 가능한 지자체 교육관, 안전체험관, 대한적십사 등을 찾아 스스로 배우려는 학부모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 학교와 가정에서 공동체, 질서, 배려, 윤리 등과 같은 시민의식을 함께 가르친다면 안전교육은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최근 10대 사이에서 퍼져 논란이 된 ‘압사 놀이’만 보더라도 안전 의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최근 취재과정에서 만난 보건교사 박모씨는 “(학교는) 공감적 능력과 올바른 시민의식,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안전에 대한 민감성을 기르고 재난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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