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기념교회 지하에 탄생 지점 표식…전 세계 각지서 방문객 줄이어
제롬의 '불가타' 성경 자취도…성탄절 이목 집중 '캐서린 교회' 한자리
예수의 탄생지점을 알리는 '은색 별' |
(베들레헴=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세계 각국에서 온 기독교인과 관광객들이 지하 동굴로 통하는 계단에 줄지어 서 있다. 국적도 인종도 다양해 보이는 이들은 큰 기대감에서인지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침묵 속에 동굴 안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기던 이들은 차례가 오자 동굴 한쪽 바닥에 은색 별로 치장된 표식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짧게 기도를 올리며 은색 별을 만지거나 입을 맞추기도, 그 옆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28일(현지 시각) 기자가 찾은 '예수탄생교회'(Church of the Nativity) 내부의 지하 동굴 풍경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베들레헴 중심가에 있는 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장소 위로 세워진 기념 교회다.
예수는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서 태어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구간 위로 교회가 들어서다 보니 탄생 장소는 자연스럽게 지하 동굴 같은 형태 안에 남게 됐다.
교회는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531년 완공했다.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견디며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유지해왔다.
동굴 내부의 제단 아래 있는 은색 별은 예수가 태어난 지점을 알리는 표식이다. 1717년 가톨릭교회가 만든 표식은 '베들레헴의 은별'이라고도 불린다. 은색 별은 보통의 별과 달리 독특한 형태다. 성경적 의미를 담아 14각형으로 만들어졌다.
은색 별 표식 한쪽으로는 아기 예수가 탄생 이후 놓였던 구유도 볼 수 있다. 예수 탄생 당시 구유는 나무 재질로 알려져 있으나 이곳에서는 돌로 만들어졌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구유는 예수 탄생의 의미를 더하는 듯했다.
은색 별의 표식과 구유 앞에서는 떠나기를 아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동굴 안으로 인파가 밀려옴에도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어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하는 듯했다.
베들레헴 캐서린 교회 예배당 |
예수탄생교회 지하 동굴에서는 예수 탄생 외에도 성경 역사에서 기억될 만한 성인 예로니모(영어명 제롬)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4대 교부로 꼽히는 그는 이곳에 머물며 신·구약성경을 모두 라틴어로 완역했다. 405년 완성된 이 성경을 '불가타'(Vulgata)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일반에게 널리 보급됐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공인을 받은 이 성경은 중세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됐고, 기독교 역사가 2천년 넘게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롬은 죽기 전 성경 번역에 몰두했던 지하 동굴에서 잠들기를 바랐다고 한다. 희망대로 그는 세상을 뜬 뒤 동굴 안에 묻혔지만, 성인을 더 가까이서 보기 원했던 이들의 뜻에 따라 시신은 가톨릭의 본산 로마로 옮겨졌다.
"당신이 이곳에 여행자로 들어왔다면, 나갈 때는 순례자로 남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순례자로 들어왔다면, 나갈 때는 더 거룩한 이로 남게 될 것입니다."
예수탄생교회와 나란히 붙어있는 캐서린 교회 출입문에는 이런 글귀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매년 12월 25일 성탄절 기념 미사가 봉헌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온 캐서린 교회가 방문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누구든 예수가 탄생한 이곳을 찾게 된다면 숭고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읽혔다.
예수탄생교회를 함께 찾은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하나님이 어떻게 사람이 돼 오실 수 있는지, 하나님 아들이 어떻게 사람 육체를 입고 올 수 있다는 말인지, 이것은 신비 중의 신비이자 지상 최고의 수수께끼"라며 "하나님이 이렇게 사람을 사랑하신다"고 예수 탄생의 의미를 해석했다.
베들레헴 중심가의 '예수탄생교회' |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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