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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재명, 첫 야당 단독 예산안 시사…대통령 거부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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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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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석의 거대 야당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표는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나흘 앞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은 (예산안 처리에) 전혀 급해 보이지 않는다”며 “원안을 통과시키든 부결해서 준예산을 만들든, 모두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경찰국 예산이나 초(超)부자 감세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해 ‘민주당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꺼낸 ‘민주당 수정안’ 전략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정부 원안을 부결시키고, 민주당이 단독으로 마련한 수정안을 올려 의결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동의 없이 국회에서 예산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경우 경찰국 예산 등 일부 항목을 삭감한 ‘셀프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야당이 예산안 단독 처리에 나선다는 건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다만 민주당이 실제로 단독처리를 시도할지는 불확실하다. 헌법 57조에 따라 증액 동의권이 있는 정부에 증액 동의 여부 자체를 묻지 않고 야당 단독으로 의결할 경우 초유의 적법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야가 충돌하는 헌법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대표의 발언이 ‘압박용’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다수당이 불가능한 건 없다”며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 내에 예산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9일 의원총회에서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국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주시길 거듭 요청한다”고 밝혔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대선 불복’이 아니라면 설명될 수 없는 자신들만의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며 “국민이 새 정부에 책임을 맡겼다는 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30일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이어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런 식이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격앙된 반응과 여권 분열책일 수 있는 만큼 국정조사 보이콧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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