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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르포]中 공안車 경광등만 '번쩍', 긴장감 도는 베이징 시위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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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대규모 시위에 놀란 듯 최소 60~70여대 공안 차량이 량마허 주위 에워싸
- 아직 촛불이나 백지 시위는 없어, 밤 깊어지면 시위 벌어질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2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 산책로 주변에 공안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량마허는 톈안먼 광장과 6~7km 떨어진 곳으로 지난 27일 제로코로나 반대의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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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정지우 특파원】촛불도 없었고 백지를 든 시민도 아직 보이지 않았다. 전날 대규모 시위에 놀란 탓인지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와 인접한 도로는 온통 공안 차량의 경광등 불빛만 번쩍거렸다.

28일 오후 7시 량마허 주변은 오히려 지나친 적막감이 감돌았다. 통상 시민들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저녁이면 가로등이 밝게 켜져야 했지만 불빛은 호텔 실내에서 흘러나오는 조명과 공안 차량의 경광등이 전부였다.

공안 차량은 량마허를 가로지르는 3개 다리 모두를 점거하고 있었다. 다리마다 도로 양쪽으로 각각 최소 10여대씩이다. 지휘부로 보이는 차량들은 이들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고가도로에서 주차됐다.

량마허로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교차로에도 공안 차량은 어김없이 대기했다. 도로 한 귀퉁이에는 만일에 사태에 대비한 듯 응급차량과 대형 버스도 여러 대 눈에 띄었다.

공안 차량은 족히 60~70여대는 넘어 보였다. 경광등을 켜지 않은 채 진압요원들이 대기시켜 놓은 봉고차나 소형 버스까지 포함하면 중국 당국이 준비한 차량은 그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차량 내부에는 공안 복장을 한 요원들이 가득 승차해 있었다.

량마허 하천 둘레길에도 시민은 드물었다. 이따금씩 강아지와 산책을 나왔거나 조깅, 걷기 운동을 하는 노인들만 량마허의 초겨울 바람을 스쳐 지나갔다.

이마저도 어깨에 작은 경광등을 착용한 공안이 2명씩 짝을 지어 수시로 량마허 주변을 순찰했다. 차량 진입이 가능한 곳은 차량으로 이동하며 감시했다. 시민보다 공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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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 인접 도로에 공안 차량이 무더기로 대기하고 있다. 량마허는 톈안먼 광장과 6~7km 떨어진 곳으로 지난 27일 제로코로나 반대의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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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차량 주변에서 지켜보는 공안들과 몇 차례 눈이 마주치자, 이내 눈길을 돌렸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오랫동안 지켜보는 이는 없었다. 공안들의 귀에는 무전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량마허는 지난 27일 밤 제로코로나 백지 시위가 벌어진 곳이다. 전날에는 밤 10시께부터 촛불과 백지를 든 시민들이 제로코로나 반대 시위를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들은 당초 소규모였으나 점차 규모가 커졌고 나중엔 베이징 3환도로(제3순환도로)까지 행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밤이 깊어지면 이날도 다시 시민들이 촛불이나 백지를 들고 나올 가능성은 있다.

다만 공안이 이보다 이른 시간부터 량마허 주위를 에워싼 것은 이틀 연속 시위를 불허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가로등을 소등한 것 역시 산책을 명분으로 한 군중 집결을 차단하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량마허는 시내 중심부인 톈안먼 광장에서 6~7km 떨어진 도심 하천이다. 주변에 각국 대사관과 호텔, 상업시설 등이 밀집해 있어 중국 시민의 목소리를 세계에 전파하기 적당한 장소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1989년 톈안먼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일부에선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이면서 시민 요구가 더 구체적이고 참여 집단이 광범위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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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 산책로 주변의 가로등이 모두 꺼져 있다. 량마허는 톈안먼 광장과 6~7km 떨어진 곳으로 지난 27일 제로코로나 반대의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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