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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GTX노선 바꿔라" 은마아파트 이기적 시위…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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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전문가들 "집회의 자유 만큼 다른 시민의 기본권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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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에서 은마아파트 소유자협의회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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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 중 일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우회를 요구하며 무분별한 시위에 나서자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책사업 협의 주체가 아닌 기업 총수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어 제도 개선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GTX-C 노선 수정하라" 직접 관련 없는 기업 총수 자택서 시위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은 GTX-C 노선 수정을 요구하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앞에서 2주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GTX-C 사업의 담당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이다. 이때문에 시민들은 직접 상관이 없는 정 회장 자택 앞에서 무리한 시위를 벌이는 이들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집회 및 시위로 인한 소음이 주거지역 등은 주간 65데시벨(dB), 야간 60데시벨, 기타지역은 주간 75데시벨, 야간 65데시벨을 넘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집회 소음 관련 112 민원건수는 2만2854건으로 일평균 62건을 상회, 피해 지역도 도심과 주거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여기에 경찰의 소음 기준 유지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최근 6년 동안 형이 확정된 건 19건에 불과하고, 이중 대부분은 벌금 20~50만 원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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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와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를 한 것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가 청사에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조사를 거부하고 돌아갔다. 2022.7.1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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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에 끄떡하면 주택가 시위…시민들 극심한 스트레스 토로


시민들에게 커다란 불편을 주는 시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달 6일에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입점한 식당과 병원, 약국 등의 업주들은 로비를 점거한 채 대표 면담을 요구하는 노조로 인해 매출 감소, 소음, 흡연 피해 등 3중고를 겪고 있다며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피해를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인천 영종 하늘도시 내 한 아파트 신축 건설현장에서는 자신들의 인력과 장비를 사용하라는 건설노조 측이 오전 6시부터 확성기와 음향기기를 동원한 집회를 벌였고, 인근 시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녀 육아 및 교육에 대한 악영향을 호소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1시간에 세 번 이상 소음 기준을 초과해야 경찰 개입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악용해 1시간에 두 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큰 소리를 내거나, 5분간 강한 소음을 내고 후 나머지 5분간 방송을 꺼버리는 식으로 단속을 회피하는 편법도 동원하고 있다.

욕설이나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성 발언을 반복해 사생활을 해치는 '헤이트 스피치'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시법에 따르면 '사람에 모욕을 줄 수 있는 구호나 낙서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규제가 가능하지만 기준이 애매하고 자의적 해석 우려가 있어 실제로는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서초사옥 앞 시위대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내뱉는 욕설과 장송곡이 사옥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까지 울려 퍼지는가 하면, 2년 전에는 한 시민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폭식 투쟁'이라며 삼겹살을 굽고 술판을 벌이는 등 기업과 기업인을 향한 조롱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집시법 개정 시급한데…여야 정쟁 속에 관련 법안 국회서 낮잠


전문가들은 집회와 시위가 타인의 기본권이나 중대한 공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공권력이 미치는 범위를 확장하는 등 집시법 개정 등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지적한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기준 이하의 소음이라도 악의적 표현으로 신체·정신 장애를 유발할 정도라면 금지'하고 있고, 같은당 박광온 의원안은 '소음과 모욕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해치거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음향 및 영상을 반복 재생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집회의 자유와 다른 기본권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한 20여 건의 집시법 개정안은 여야 정쟁 속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외는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집회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집회 소음이 주변 배경소음보다 주간 5데시벨, 야간 3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소음 유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킬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집회 및 시의를 위해 공공전기를 사용하려 할 때 관할 지자체와 사전 협의토록 하는 등 집회·시위 자유와 시민의 생활권을 함께 보장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기본권을 침해 받지 않도록 균형을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은마아파트 주민들을 향해 근거 없는 주장으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면 사법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원 장관은 지난 23일 강남구민회관에서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하루에 30만명이 이용해야 하는 GTX를 과연 누가 무슨 자격과 권리로 이를 막는단 말이냐"며 협조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나 주민들을 선동하는 식으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방해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행정조사라든지, 사법 조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특히 한 세대의 1만분의 1밖에 안 되는 지분을 가진 분이 앞장서 국책사업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공금을 동원한 불법적 행동을 하고 있는 데 대해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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