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교섭 위해 국토부 방문한 화물연대 |
(서울=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가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닷새만인 28일 화물연대와 정부 측인 국토부 간 첫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빈손으로 돌아섰다. 한가지 성과라면 양측이 이틀 뒤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이 실물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상황인데도 아무런 타협점을 도출하지 못했다니 실망스럽다. 대화는 시작부터 겉돌았다고 한다. 노조는 안전운임제 대상 품목 확대를 요구했고,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재천명했다. 안전운임제는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과로·과속을 막기 위해 화물 운전기사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일종의 최저임금제로,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제도로,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일몰제로 시행됐다. 화물연대의 일몰제 폐지 압박에 정부는 일몰을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타협안을 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다 결국 파업에 이르게 됐다.
초유의 글로벌 복합위기에 한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중추라 할 건설업계는 아파트값 폭락과 미분양 급증, 부동산시장 자금경색 등 악순환에 빠졌다. 이 와중에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서자 정부와 건설업계는 귀족노조가 경제의 핏줄인 물류를 볼모로 삼아 막무가내로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파업 현장에서는 폭력도 등장했다. 파업에 불참한 트레일러 차량 2대에 쇠구슬이 날아와 운전자가 앞 유리 파편에 다쳤고, 비조합원이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국은 이런 폭력에는 반드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 조속히 피의자를 검거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날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2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며 "불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노조원이 업무개시명령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노조가 명령에 불복하고 정부가 파업 주동자를 검거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노사관계 선진화의 계기로 삼는다는 각오 아래 법과 원칙에 기반해 접근하되 화물 운송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에도 주목하고 좀 더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하길 당부한다. 노조도 경제의 엄중한 현실을 감안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대승적 자세로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 운송 차질이 이어지는 와중에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30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해 2천만 수도권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멈춰설 위기에 놓였다. 다음달 2일에는 전국철도노조가 인력 충원과 민영화 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노사정의 강대강 대치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서민과 저임금 노동자다. 화물연대와 정부의 첫 교섭은 결렬됐지만 극적 타결의 희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양측 모두 최악의 선택을 일단 배제한 채 대타협 도출에 진력해주길 바란다. 파국만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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