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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또,또 총기 난사…왜 미국에선 총기 폭력이 끊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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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총기 폭력 현상 올해도 여전

올들어 607건의 총기 난사 발생, 최근 일주일새 24명 사망

미국 인구보다 민간 소유 총기 수 더 많아…느슨한 규제 비판

앨러배마대 교수 “총기 소지율과 총기 난사 발생 관련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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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체서피크 월마트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월마트 앞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풍선들이 걸려있는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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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최근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의 고질적인 총기 폭력 현상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버지니아대 캠퍼스 총격에 이어 콜로라도 성소수자 클럽 총격, 월마트 총기 난사 사건 등 최근 약 보름동안에만 수십명이 총격으로 사망하거나 다쳤다.

유독 미국서만 총기 난사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 많은 가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천문학적 수의 총기들이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은 더 치명적이고, 더욱 일상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총기 사건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에서 4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이 607건 발생했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지난 한달동안 미 전역에서 32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77명이 총격을 당했고, 그 중 34명이 사망했다. 불과 최근 일주일새에도 7개 주에서 총기 난사로 최소 24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417건이던 총기 난사 사건은 2020년 610건에서 지난해 690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총기 사건 아카이브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래 최악의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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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폭력 아카이브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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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총기 난사 사건 발생은 매년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면서 “미국인의 삶에 있어 폭기 폭력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이 소유한 수 많은 총기를 총기 폭력 일상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5월 블룸버그가 지난 2018년 제네바를 본거지로 하는 무기 연구프로젝트인 스몰암즈서베이의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연구 시점 기준 미국의 총기 소유자들은 3억9330만개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구(3억3190만명)보다 많은 수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인구보다 민간인 소유 총기가 더 많은 유일한 국가”라고 전했다.

심지어 매해 총기 난사 사건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총기 구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총격 사건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총기에 대한 수요가 주는 것이 아니라, 의회가 조만간 ‘총기 규제’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총기 구매를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범인을 포함해 22명의 사망자를 낸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이튿날에는 총기 관련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는 왜 그렇게 많은 총기 난사가 발생할까’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총기 난사가 일상화되는 원인으로 느슨한 총기 규제를 콕 집어 지목했다.

당시 NYT는 총기 소유율과 총기 난사 사건 경험 확률의 연관성을 발견한 앨라배마대 애덤 랭크포드 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랭크포드 교수는 미국인들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거나, 인종적 다양성으로 약해진 사회적 결속력이 총기 폭력을 증가시킨다는 세간의 가설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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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의 한 성소수자 클럽에서 총기난사로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콜로라도 아카시아 공원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객들이 모여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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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관리 관련 지출, 1인당 정신건강 전문가수 등 미국인의 정신 건강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데이터 상 수치가 다른 선진국과 비슷하고, 다인종 국가인 유럽 국가들에서는 총기 폭력과 인종적 다양성 간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NYT는 민간인이 쉽게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하는 총기 규제에 화살을 돌렸다. 스위스의 경우 선진국 중에서 두 번째로 총기 소지율이 높은 반면, 총기 난사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스위스의 총기법은 총기 소유와 판매, 소유 가능한 총기 등에 대해 매우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은 강력한 총기 규제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의회는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강화하고, 총기 대리구매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30년 만에 총기 규제를 강화했지만 당초 법안에 포함됐던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조항은 빠졌다.

NYT는 “미국은 반복적으로 규제 되지 않은 총기가 (총기 난사로 인한 인명피해 등) 사회적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다고 결정해왔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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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북서쪽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있는 미용실 바로 앞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조기 하교를 하던 학생 4명이 다쳤다. 사진은 총격으로 인해 깨진 미용실 유리창의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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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 훅 사건은 2012년 당시 20세 남성이 자신이 재학했던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27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사건 직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대대적 총기 규제를 발표했으나 전미총기협회를 등에 업은 공화당의 반대로 모든 논의가 무산됐다.

영국 언론인 댄 호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돌이켜보면 샌디 훅 사건은 미국 총기 규제 논쟁의 종말을 알렸다”면서 “미국은 아이들을 죽는 것이 견딜 만하다고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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