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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우리 고유어를 밀어낸 한자말 ‘총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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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김장을 담그는 주재료 중 하나인 무는 삼국시대부터 우리 밥상에 오른 먹거리다. 오랫동안 먹어온 만큼 ‘무우’ ‘무수’ ‘무시’ ‘남삐’ 등 무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 표준어는 ‘무’ 하나뿐이다.

무를 한자어로는 나복(蘿蔔)이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나복’과 ‘무’의 뜻풀이가 똑같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나박김치의 유래를 이 ‘나복’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와 달리 조선시대 요리서 <산가요록>에 ‘나박(蘿薄)’으로 표기된 점을 들어, 그냥 “무를 얇게 썰어 담근 김치”를 뜻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자 蘿는 ‘무’를 뜻하고, 薄은 ‘얇다’를 의미한다. “야채 따위를 납작납작 얇고 네모지게 써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 ‘나박나박’에서 나박김치라는 말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나박김치의 유래담이 여럿인 것과 달리 “소금에 절인 통무에 끓인 소금물을 식혀서 붓고 심심하게 담그는 김치”인 ‘동치미’의 어원은 분명한다. 바로 ‘동침(冬沈)’이다. 김치의 어원이 침채(沈菜)로, 겨울 동(冬)자가 붙은 ‘동침’은 “겨울에 먹는 김치”라는 뜻이다. 여기에 접미사 ‘이’가 붙어 ‘동침이’로 쓰이다 지금의 ‘동치미’로 굳어졌다.

무는 품종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한데, 그중 사람들이 흔히 틀리는 말로는 ‘알타리무’가 있다. 알타리무로 불리는 무를 보면 아랫부분이 알처럼 둥그렇다. 이 때문에 ‘알달리’로 불리다가 ‘알타리’가 됐다는 설이 있다. 이를 ‘알무’ 또는 ‘달랑무’라고도 하는데, 이들 또한 모양새가 알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본다. 그러나 이들 말 모두 표준어가 아니다. 1988년 표준어 개정 때 “고유어 계열의 단어보다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라면서 알타리무·알무·달랑무 등을 버리고 ‘총각(總角)무’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총각’은 “머리털을 좌우로 나눈 뒤 하나씩 묶어 마치 양의 뿔처럼 보이는 모양”을 뜻한다. 무청(무의 잎과 줄기)이 이러한 총각과 닮았다고 해서 나온 말이 ‘총각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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