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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처음 강등됐다, 12·12 이후 처음…전익수 삼정검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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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후 처음으로 준장에서 대령으로 계급이 강등된 전익수(52) 공군 법무실장의 삼정검(三精劍)을 놓고 국방부가 고민 중이다. 준장을 단 사람은 대통령으로부터 장성의 상징인 삼정검을 받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전례가 없는 사안이라 전 실장의 삼정검 반납 여부를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삼정검을 비롯해 군화ㆍ벨트 등 복제상 표식도 반납해야 할지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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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11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육해공군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전익수 공군 준장에게 삼정검을 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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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실장은 2020년 12월 준장으로 진급했고, 2021년 11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에게 삼정검을 수여했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그를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의 부실 초동 수사 책임자로 지목한 뒤 강등 처분을 내렸다. 이 징계안은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했다.

장성 계급의 강등은 1979년 12ㆍ12 군사 반란을 일으킨 신군부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계급을 대장에서 이등병으로 강등한 이후 처음이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강등은 해당 계급에서 1계급을 낮추는 징계다. 장교에서 준사관으로, 부사관에서 병으로는 각각 계급을 내리진 못한다.

강등은 군인의 신분을 박탈하는 파면ㆍ해임보다는 징계 수위가 낮다. 그러나 강등 처분을 당한 사람의 명예는 크게 깎인다.

삼정검은 길이 100㎝(칼날 75㎝, 칼자루 25㎝), 무게 2.5㎏이다. 칼자루에는 태극 문양, 칼집에는 대통령 휘장ㆍ무궁화가 각각 새겨져 있다.

삼정검의 전신인 삼정도는 1983년 처음 만들어졌다. 87년부터 대통령이 준장 진급자에 삼정도를 직접 주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삼정도가 서양 칼과 비슷하다면서 양날 검인 삼정검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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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예람 중사 부친 이주완 씨와 모친이 지난 10일 국방부 민원실에서 전익수 공군법무실장 징계 요구서를 들고 취재진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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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처분자의 삼정검을 어떻게 처분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군 내부에선 영관급으로 전역한다면 반납하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념품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삼정검을 되돌려 받아야 하냐는 견해도 있다.

전 실장이 삼정검을 그대로 갖게 되더라도 강등 계급인 대령으로 군문을 나서면 경찰에 도검 소지를 신고해야만 한다.

전 실장은 임기제(2년) 진급이라 올해 12월 전역할 예정이었다. 공군 법무실장 보직은 그대로 맡고 있지만, 현재 업무에선 완전 배제된 상태다.

전 실장은 강등 처분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안에 항고할 수 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전 실장이 ‘강등이 부당하다’며 항고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 소식통은 “전 실장의 경우 밑에서 보고를 안 받았다는 이유로 직무 유기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무능한 수사 지휘에 대한 징계는 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은 스스로 물러났지만, 전 실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킨 점도 살폈다”고 말했다.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당한 뒤 군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검찰은 이 중사가 사망한 뒤에도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으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군검찰은 뒤늦게 15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전 실장을 비롯한 법무실 지휘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안미영 특별검사 수사팀은 지난 9월 전 실장을 비롯한 8명을 추가 기소했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 검사에게 “영장이 잘못됐다”고 전화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로 재판 중이다. 그가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특검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판과 별개로 전 실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해왔다.

이 중사 부모는 지난 10일 “전 실장을 강등 중징계로 처벌해 장군으로 전역할 수 없게 해달라”는 내용의 징계요구서를 국방부 종합민원실에 냈다. 이 중사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전 실장이) 양심이 있다면 항고하지 않고 오래도록 스스로의 책임을 돌아볼 계기가 되길 바란다. 너무 늦었지만 삼정검이 주는 영광보다 책임이 무겁다는 것도 깨닫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2020년 12월 공군 법무관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 장군으로 진급했다.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란 인사란 후문이었다. 2018년 국군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의혹을 수사할 특별수사단장에 임명된 경력 등이 그의 진급에 작용했다는 얘기가 당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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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안미영 특검에 출석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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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은 중국ㆍ북한 등 독재 국가에선 최고 지도자의 변심 때문에 종종 있었다.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경우 차수에서 대장으로 떨어졌다 다시 차수로 오르기도 했다.

미국과 같은 민주 국가에서도 엄격한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 강등 처분이 내려진다. 2016년 미 육군의 데이비드 헤이트 소장은 불륜이 드러나 3계급 강등(대령) 징계를 받았다. 조지프 필 육군 중장은 주한 미8군 사령관 재직(2008~2010년) 때 한국인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12년 소장으로 강등돼 전역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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