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레미콘 건설 ‘셧다운’ 위기
둔촌주공 타설작업 중단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업계도 긴장
정부 경제단체 “파업 철회” 한 목소리
둔촌주공 타설작업 중단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업계도 긴장
정부 경제단체 “파업 철회” 한 목소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 화물차가 운행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오는 24일 0시부터 무기한 전면 집단운송거부 예고했다. 안전운임제가 현장에서 여전히 정착되지 않고 있다며 5개월 만에 다시 운송 거부에 나섰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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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전국의 건설현장이 긴장하고 있다. 운송차량 운행 중단으로 시멘트 등 건자재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파업이 이어지면 주요 공사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파업으로 전국 시멘트 공장에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행이 중단됐다. 오전까지 화물연대 노조가 시멘트 공장 정문을 점거하는 등의 집단행동은 없었지만 비노조원 BCT 운송자들도 운행을 모두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화물 노동자 약 42만명 가운데 화물연대 가입 비중은 2만5000명이지만,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 비중이 높아 물류 운송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BCT 차량은 국내에 2700여대가 운행 중이고, 이 중 절반 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이다.
시멘트 공장에서 생산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파업이 일주일 이상 장기화하면 시멘트 재고가 쌓이며, 시멘트 생산 중단 사태까지 번질 수 있다. 레미콘 업계는 이날까지 미리 확보한 시멘트 재고로 레미콘 생산이 가능하지만, 다음 주에는 전국 레미콘 공장의 절반 이상이 가동을 멈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에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는 지난 25일부터 산업계 전반에서 피해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대제철, 포스코 등 주요 철강업체들도 제품 출하가 막혀 운송 수단 변경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석유화학·자동차·조선업계 등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손실이 불가피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영구화)와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당시에도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추진하고 품목 확대 논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고, 화물연대는 8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타설 중단
공사가 재개된 둔촌주공재건축 아파트 전경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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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첫날부터 전국 시멘트 공장에서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행이 중단돼 출하에 차질을 빚었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물론 상당수의 비조합원 BCT 운송자들도 운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첫날 하루 20만t 출하가 예정돼 있었으나, 실제 출하량은 1만t에 미치지 못했고, 이날은 출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리적 충돌은 없지만,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주요 시멘트 공장 정문과 후문에 텐트를 친 채 대기 중이라 출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원으로 볼 때 총파업이 종료될 때까지 하루 200억원 상당의 물량이 출하되지 못하는 셈이다.
레미콘 업계는 더 급박한 상황이다. 파업 이전부터 재고 확보에 나섰지만, 시멘트 저장 시설이 있는 오봉역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운행이 중단되면서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시멘트 수급이 어려웠는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쳤다”며 “지난 25일 이후 시멘트가 들어오지 못하면 레미콘 생산이 안 되니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건설 공사 현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을 앞둔 건설 현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이 현장의 레미콘 타설은 지난 25일 중단됐다.
타설 외 다른 공정은 진행되고 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공기가 늘어나는 등 공사 전반에 차질이 빚을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자재를 미리 입고시켜 둔 것으로 다음 주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파업이 그 이상 길어지면 현장 곳곳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표산업 성수공장 철수 이후 레미콘 공급 부족에 시달려온 서울 세운지구 등 사대문 안 공사현장도 화물연대 파업 여파까지 더해 공사 중단을 코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도 파업 첫 날부터 출하가 중단됐다.현대제철은 이번 파업으로 하루 평균 약 5만t 규모의 출하 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당진, 포항, 인천, 울산 등 전국 공장에서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포스코도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의 출하 길이 막혔다. 포스코는 철강재 운송과 관련해 대체차량 동원과 해송(선박)·철송(철도)으로 출하 전환을 검토 중이다. 완성차업계는 현재까지는 부품 조달이나 완성차량 운송에 큰 차질은 없다면서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까지 빚어질 수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자동차 업계는 부품 반입에 어려움을 겪어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2571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경제단체 “화물연대 파업 철회해야”
경제단체들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파업)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노동조합법 개정 중단, 법인세 부담 완화 등을 요구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복합위기를 맞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 기업과 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의 협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철강, 석유, 화학 등 우리 수출 물류의 마비를 초래하는 등 어려운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예고한 ‘릴레이 파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3일 대(對)정부 공동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부터 다음달까지 이어지는 이번 파업에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의료연대본부, 화물연대 등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15개 노조가 순차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경제단체들은 “민노총 주도로 계획된 여러 파업들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경제나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지난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상정해 의결하겠다고 경고했다.
명령이 의결·시행될 경우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첫 사례가 된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조원에 대한 압박과 불법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것 등을 염두에 두고 공권력 조기 투입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업무개시명령은 운송사업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황에서 국토부 장관이 명령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면 운송 사업자나 운수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만약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는 화물차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불법 행동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당성 없는 이번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업무개시 명령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예외없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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