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심층 리포트] 코인·부동산보다 값진 투자 [지구, 뭐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탄(hutan)’

[헤럴드경제(베트남 닌빈)=김상수·최준선 기자] ‘우탄(hutan)’. ‘오랑우탄(orang hutan·숲에 사는 사람)’이란 어원에 담겨 있듯이 ‘우탄’은 동남아에서 ‘숲’을 의미합니다.

동남아 숲, 우탄은 전 세계가 지켜야 할 지구의 허파입니다. 수많은 멸종위기 동식물의 최후 보금자리이기도 합니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늦출 미래 세대의 생명줄이기도 하죠.

동남아 숲의 위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국경을 초월하는 환경보호, 숲의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회적 책임, 그에 그치지 않습니다.

탄소중립 시대에서 숲의 경제적 가치는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시장을 선점하려 전 세계 주요국들은 앞다퉈 동남아 숲을 주목하고 투자합니다.

헤럴드경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숲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동남아 산림의 가치를 모색해보는 여정입니다.

“원숭이들이 밥 먹으라고 다른 친구들과 가족들을 부르는 소리예요.”

처음엔 이름 모를 목관악기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소리로 시작해 비슷한 소리 수십개가 더해지며 귀가 먹먹할 정도로 커졌다. 경고음이나 유도음처럼 인간이 만든 소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동행한 공원 관리자는 “100% 자연의 소리”라고 전했다.

사람이 드나드는 길목에서도 야생의 소리를 접할 수 있는 이곳은 베트남 최초이자 아시아 최대 국립공원인 ‘꾹프엉(Cuc Phuong) 국립공원’이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기차로 약 2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닌빈(Ninh Binh)시. 여기서 차로 약 1시간30분을 더 달려야 꾹프엉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는 동남아시아 산림의 가치를 확인하고자 최근 이곳을 직접 찾았다.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멸종위기 영장류구조센터(EPRC·Endangered Primate Rescue Center)’였다. EPRC는 전 세계에서 200여마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베트남 북부 서식 원숭이 ‘델라쿠르 랑구르’, 베트남 하롱베이에서만 서식하며 70여마리만 생존한 ‘깟바 황금머리 랑구르’ 등 멸종위기 원숭이 14개 종, 180여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EPRC 관계자는 “멸종위기 원숭이를 구조해 재활과 번식을 돕고 있다”며 “어느 정도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면 꾹프엉국립공원 내 모니터링이 가능한 반(半)야생지역으로 방생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 영장류를 보호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수행할 만큼 꾹프엉국립공원은 생태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체 공원 면적은 2만2200ha(헥타르)에 달하는데 이 중 산림 면적만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 크기다. 공원엔 2234종 이상의 식물과 122종의 파충·양서류, 델라쿠르랑구르와 사향고양이 등 135종의 포유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숲에 들어서자 잎 하나가 웬만한 방보다 큰 관목이 즐비했다. 아파트 10층은 훌쩍 넘길 만한 고목도 흔했다. ‘천년 나무’라는 이름의 한 나무는 성인 남성 스무 명이 두 팔을 벌려도 감싸기 힘들 정도였다. 어디에서 어떤 동물이 튀어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숲속 분위기는 사람을 위축시킬 정도였다.

미국 비영리단체 ‘포레스트 트렌즈(Forest Trends)’ 및 호주국립대학교(ANU)에서 베트남을 중심으로 산림 관리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푹 슈안 토(Phuc Xuan To) 연구원은 “꾹프엉국립공원은 1960년대 지어진 베트남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동식물학적 가치가 크다”며 “베트남은 중요한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해 다수의 국립공원과 특수 목적 산림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꾹프엉국립공원처럼 생물다양성 보존 등을 위해 특별 관리하는 산림 면적이 베트남에서만 200만ha에 달한다. 국내 강원도 면적(약 170만ha)보다도 넓다. 이 밖에 목재 등 산업적 이용이 엄격히 금지된 보호림까지 합치면 그 면적은 600만ha에 달한다.

헤럴드경제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또 다른 산림강국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브라질과 콩고에 이어 열대림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산림 규모가 1억2050만ha에 달하는데 이 중 산업적 이용이 가능한 산림을 제외하고 보전림(2210만ha)과 보호림(2960만ha)만 더해도 남한 면적 5배에 달한다. 꾹프엉국립공원을 2300여개를 품을 수 있는 규모다.

헤럴드경제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준규 한·인니 산림협력센터장은 “전 세계 약 1000만종의 생물 중 50% 이상이 아마존 유역과 중부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일대에 분포한 열대림에 살고 있으며 의약적으로 유용한 식물도 다수 존재한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산림자원의 가치를 보여준 최근 사례가 노르웨이와의 기후·산림협약이다. 2010년 양국 정부가 맺은 협약으로, 인도네시아 내 산림 벌채가 줄어들면 노르웨이가 인도네시아에 최대 10억달러를 지원해주는 게 골자다. 즉, 나무를 보호하기만 해도 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해주는 것. 이후 협약 이행이나 세부 내용 등에선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히며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이 협약은 체결 자체부터 전 세계 산림 관련업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도네시아 산림자원의 가치가 증명됐다는 차원에서다.

물론 산림자원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전 세계가 가장 먼저 주목하는 건 브라질 아마존이다. 하지만 국내 관점에선 차이가 있다. 지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아마존보다 더 밀접한 게 바로 동남아 산림이다.

심지어 인도네시아는 양국 공식 수교 이전부터 산림 분야에 교류가 시작됐다. 1960년대 일제 수탈과 한국전쟁 이후 국내 목재 자급률은 극히 열악했다. 이에 동남아 산림을 적극 활용했다. 한국남방개발(KODECO)이 1968년 2월 첫 진출한 이후 인도네시아는 국내 목재 확보의 주요 대상국이 됐다.

‘한강의 기적’을 써내려가며 풍족한 소비가 보장되는 사이에 한국도 끊임없이 동남아 산림을 베어냈다. 1990년대 이후 산림자원의 지속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이제 성격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한국은 동남아 산림자원에 의존하는 국가다.

대표적인 예가 목재 펠릿이다. 목재로 만든 연료로 화력발전소에서 이를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량 70% 이상을 목재 펠릿 연소가 담당한다.

국내 수입 목재 펠릿의 3분의 2는 베트남 산림에서 온다. 베트남의 목재 펠릿 1위 수출국도 한국이다. 총 연간 생산량이 350만t인데 그중 절반 이상(약 60%)을 한국이 쓴다.

헤럴드경제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교역량으로 보면 한국이 베트남의 가장 큰 고객이지만 그 규모에 비해 산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낮다는 게 푹 토 연구원의 냉정한 평가다.

그는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 한국은 가장 중요하고 안정적인 수출 대상국 중 하나이지만 그에 비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요구는 높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선 생산기업이 자발적으로 인증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목재 펠릿의 경우 이미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질 좋은 제품은 한국 대신 일본을 향하고 있다”고도 했다.

푹 연구원은 “단순히 법에 저촉됐느냐, 아니냐 문제보다 지속 가능성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데에 우리 모두 동의할 것”이라며 “한국은 베트남 생산기업들이 지속 가능성까지 신경 쓰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바이오디젤·중유 등이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으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팜유(palm oil)도 있다. 과거 열대림을 대거 벌채해 이를 팜유농장화하면서 산림파괴를 야기했다. 지금은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합법과 불법의 줄타기 속에 일선 현장에선 여전히 산림파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의 수요 급증은 이 같은 위험을 더 부추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도네시아산 팜유 수입량은 2012년 3만7370t에서 2021년 34만1802t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팜유의 절반 이상이 인도네시아산이다.

아래 그래픽은 동일한 산림을 4가지의 시나리오로 살펴봤을 때 산림의 탄소흡수량을 비교한 수치다. 같은 크기의 산림이지만 해당 산림이 팜유농장 등 플랜테이션으로 개발됐을 때보다 자연림으로 복원했을 때 최대 42배 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많다. 플랜테이션 역시 얼핏 보면 자연림 등과 유사해보이지만 탄소중립 관점으로 보면 전혀 다른 산림인 셈이다.

헤럴드경제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동남아 산림은 중요하다. 인류의 생존을 책임질 지구의 허파이자, 멸종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동식물의 마지막 서식지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세카르 반자란 아지(Sekar Banjaran Aji)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활동가는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숲을 자부심이자 구세주라고 표현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향해 호소하는 말이다.

“인도네시아인에게 숲은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입니다. 그런 숲이 사라지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숲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부터 우릴 지켜줄 구세주가 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 시대, 진짜 숲의 가치“한국도 2030년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국외 감축 실적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지리적·역사적으로 동남아 국가와의 협력이 필수이며, 이 중 산림자원이 가장 풍부한 인도네시아가 가장 현실적인 협력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준산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임무관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한국의 NDC 계획상 약 3400만t의 국외 감축이 필요하다”며 “인도네시아에서 기후변화에 대응·연계한 산림관리 협력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게 한국 NDC 달성에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헤럴드경제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NDC 달성을 목표로 이미 전 세계 주요 선진국은 다양한 해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자국 내 노력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한 만큼 해외 사업을 통해 이를 상쇄하려는 시도다.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은 아마존, 콩고 분지 등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지리적으로 보면 한국으로선 가장 가깝게 협력사업을 펼칠 수 있는 지역이다.

이 임무관은 “양국 산림 협력관계가 과거 인도네시아 산림자원의 벌채 중심에서 조림사업으로 발전했고, 현재는 기후변화 시대에 맞춰 산림 보전·복원 등을 통해 탄소배출권 확보 등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산림을 보전·복원하는 게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탄소배출권 등 경제적 가치로도 한국에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헤럴드경제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탄지(泥炭地·peat land·습지 아래에 식물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퇴적돼 있는 땅)를 포함해 인도네시아 산림자원을 보전·복원하는 사업은 곧 탄소배출 감소와 직결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NDC 목표는 2030년 BAU(Business As Usual·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의 배출 전망치) 대비 29% 감축인데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을 시 41%까지 감축하겠다고 계획했다. 이 임무관은 “특히 해당 감축목표량의 약 60%를 산림 분야에서 감축하겠다고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산림을 적극 활용해 산림 훼손 방지 등을 통해 NDC 목표를 달성하면서 선진국의 지원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거 산림 벌채 등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했다면, 이젠 산림 보전·복원을 통한 탄소배출권 확보 등으로 선진국 투자 유치와 경제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 임무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온도 차, 산림 개발을 희망하는 산업계의 불만 등이 여전히 있으나 국제적인 시류에 맞춰 중앙정부의 산림정책 방향성 자체는 확고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헤럴드경제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산림자원을 활용하려는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기류에 맞춰 사고 전환을 꾀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임무관은 “인도네시아 정부도 과거와 달리 단순한 산림자원 벌채·이용을 통한 수익증진을 넘어서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한 지속 가능한 산림관리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도 ‘레드 플러스(REDD+·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Plus·개발도상국 산림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얻는 사업)’ 등 기후변화와 연계한 산림사업에 투자계획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헤럴드경제

조준규 한·인니 산림협력센터장.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준규 한·인니 산림협력센터장도 “탄소배출권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게 바로 산림”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시대, 이젠 산림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 개발 원조)사업도 마찬가지다. 동남아 지역 산림은 한국 산림 해외 사업의 핵심 지역이며 그중 세계적인 산림부국 인도네시아는 산림 ODA사업의 중추로 꼽힌다.

조 센터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산림자원의 순환가치를 강조했다. 한 번 쓰면 사라지는 유한한 자원이 아닌, 잘 심고 가꾸고 활용하면 다시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재조명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한·인니 산림협력센터를 중심으로 수행되는 ODA사업도 산림 생태 순환의 전 과정에 걸쳐 있다. 양묘장 지원 등 묘목을 키우는 것부터 산불방지나 숲 복원, 나아가 생태관광사업 개발도 지원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잠비 이탄지 복원사업 ▷남부수마트라 산불재난관리 시스템 구축사업 등이 있다. 두 사업 모두 이탄지(泥炭地)와 연관 있다. 이탄지는 습지 등에서 미분해된 식물 잔해들이 땅속 깊이 퇴적돼 있는 땅이다. 조 센터장은 “물속에 나무나 잎 등이 수백, 수천년 동안 가라앉아 퇴적한 땅으로, 석탄이 되기 직전의 토양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식물이 흡수하는 탄소량의 두 배 이상을 저장할 수 있고, 일반 토양보다 탄소저장량이 10배 이상 많아 지구의 탄소저장고 역할을 한다.

문제는 탄소저장량이 막대한 만큼 소멸되거나 불이 날 경우 탄소배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데에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2015년과 2019년 이탄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 각각 규모가 260만ha, 160만ha에 이르렀다.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인데 지난 3월 울진·삼척 산불의 피해 면적은 2만523.24ha였다. 이보다 100배 이상 큰 규모다.

조 센터장은 “당시 산불에 따른 연무로 공항이 폐쇄되고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까지 연무 피해로 국제 분쟁이 일어났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이탄지를 산불로부터 보호하고 이탄지를 복원·보전하는 게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산림자원은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여 투자·관리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숲의 기능을 향상하려면 단순히 심고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잘 관리해주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업적으로도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림보호에 동참하고픈 권리를 지켜달라“산림파괴를 통해 생산된 모든 제품은 이제 유럽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럼 그 제품들은 어디로 갈까요? 한국처럼 더 규제 수준이 낮은 시장으로 갈 것이고, 이대로면 한국 소비자는 산림 파괴나 인권 침해를 거친 물건만 사야 할 수 있습니다.”

가치소비는 시대적 흐름이다. 환경·인권을 훼손한 제품을 거부하는 건 미래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로 부각되고 있다. 제품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면 아무리 결과물이 좋더라도 소비자 외면을 받는 시대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송한새 연구원은 한국 소비자가 이 같은 권리를 박탈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림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국내에선 2018년부터 합법 목재 교역촉진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벌채를 통해 생산된 제품 교역을 차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9월 유럽 본의회를 통과한 규제안을 통해 불법 여부를 떠나 수입 자체를 금지하기로 했다. 즉 2020년 말 이후 새로 산림을 파괴하고 조성된 땅에서 발생한 원자재나 가공품은 수입을 금지한다. 원산국에서 합법적인 개간이라 인정하더라도 수입할 수 없다. 이를 어긴 업체는 최대 매출의 4%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국내의 경우 불법·합법의 판단 기준을 원산국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송 연구원은 “실제 현장에선 합법성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합법성을 확인하는 게 아닌 원산국에서 합법이라고 인증하는 서류 하나만 있으면 끝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송 연구원은 EU의 규제안과 비교하며 크게 ▷공급망 전반에 걸친 실사 ▷불·합법 기준 탈피 등의 제도적 보완을 제시했다. 그는 “현 규제로는 공급망 단계에서 위조나 조작을 해도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보장하려면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실사하고 이를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송 연구원이 EU의 강도 높은 규제 수준을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결국 EU가 거부한 제품들이 규제 수준이 낮은 국가로 유입될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한국도 규제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규제가 강화된 유럽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수출을 못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엔 산림파괴, 인권침해와 연관된 기준 미달의 제품들이 대거 유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업체 글로브스캔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 시민의 82%는 산림 벌채 고위험 상품을 판매해선 안 된다는 데에 동의했고, 7%는 산림 벌채를 일으키는 상품에 반대하는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카르푸, 세인스버리, 앨버트하인 등 유럽 주요 마트는 아마존 산림파괴와 연관된 쇠고기 품목을 판매 중단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제품만 구매하는 소비자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국내 기업도 더 적극적으로 이런 부분을 강화한다면 국제적인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연구원은 바이오매스의 친환경성도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산림 관련 정책으로 꼽았다. 한 예가 목재 펠릿이다. 목재 펠릿은 원목, 벌채 부산물 등을 압축하고 성형해 만드는 작은 원통 모양의 연료로, 화력발전소는 이를 태워 전기를 만든다.

송 연구원은 “EU에서도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지만 같은 양의 에너지 생산 대비 탄소배출량만 보면 석탄이나 석유보다 더 높다”며 “얼마나 실질적인 저감 효과가 있을지 좀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에너지가 아직 친환경성을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원료인데 이를 장려하고 보조금 지급을 하며 수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숲의 재발견나무는 소중하다. 미래 세대의 생존이 걸렸으며 파괴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 외에도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도 나무는 소중하다.

이젠 나무를 베는 것보다 나무를 지키는 게 더 ‘돈’ 되는 시대가 왔다. 동남아 정부도 과거처럼 불법까지 용인하며 산림을 파괴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까? 아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과 기업이 앞다퉈 동남아 산림보호에 투자한다. 사회적 책임 때문일까? 결국은 ‘돈’이다.

헤럴드경제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이 같은 변화는 탄소중립에서 비롯된다. 세계 각국은 2030년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발등의 불이다. 방도는 크게 두 가지다. 자국 내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해외 사업 등으로 탄소배출량을 상쇄해야 한다. 전자는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다. 당장 용이한 건 후자다. 세계 각국이 해외로 눈을 돌린다. 탄소배출 상쇄방안을 찾는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동남아 산림이다. 기업도 상황은 유사하다. 지속 가능 경영을 담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레드 플러스(REDD+·개발도상국 산림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얻는 사업)’ 등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동남아 국가가 세계 각국을 상대로 산림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하는 단계는 이미 구문이다. 오히려 주요 선진국과 기업이 산림보호에 투자하고 싶다고 동남아국가에 읍소하는 단계가 더 미래상에 가깝다.

현지 기업들도 이미 치열한 고민을 시작했다. 벌채 대신 탄소배출권 등으로 산림의 경제적 가치를 활용하려는 문의가 주요 정부기관 및 단체에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 현지 관계자는 “한국에선 제대로 나무를 키우려면 최소 20년이 걸리지만 인도네시아에선 6년이면 충분하다. 지금도 엄청난 경쟁력인데 향후엔 얼마나 더 커질까”라고 반문했다.

한국도 진짜 숲의 가치에 주목해야 할 때다.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도, 기후위기의 공동 대응 차원에서도, 심지어 미래 국부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숲은 재조명되고 있다.

헤럴드경제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dlcw@heraldcorp.com
huma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