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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경찰, '제2 n번방' 주범 '엘' 호주서 검거…송환 추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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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경찰과 합동 작전…주범 검거로 국내 수사도 속도낼듯

"압수 휴대폰서 성착취물 추가 확인…피해자 늘어날 가능성"

연합뉴스

호주에서 검거된 '제2 n번방' 주범 '엘'
[서울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박규리 기자 =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 '엘'로 지목된 용의자가 호주에서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를 받는 20대 중반 남성 A씨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23일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내에서 '엘'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A씨는 2020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미성년 피해자 9명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물 1천200여 개를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에게 접근하고자 다양한 수법을 썼다. '나도 성범죄 피해자다', '도와주겠다'는 등 조력자 행세를 하는가 하면 '성착취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2019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을 사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러 개의 텔레그램 계정을 이용해 수시로 대화명을 바꾸고, 성착취물 유포 방의 개설·폐쇄를 반복하면서 장기간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올 8월 말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잠적했다.

경찰은 A씨 범죄 관련 해외 기업에 대해 140여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수사상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또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분석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하고서 지난달 19일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후 약 한 달 만인 이달 23일 호주 현지 경찰과의 공조 수사(작전명 '인버록')로 시드니 교외에 있는 주거지에서 A씨를 검거했다.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두 점도 확보했다.

압수한 휴대전화에선 성착취물의 존재가 추가로 확인돼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다만, 'n번방', '박사방' 등 과거 유사 사건과는 달리 성착취물 영상·제작 유포 등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영상이나 사진을 온라인상에서 내려 받았을 뿐 제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 경찰과 공조해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서울경찰청 수사관
[서울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A씨를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송환에 앞서 호주 경찰이 A씨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및 제작 혐의'로 현지에서 기소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윤영준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A씨는 호주 영주권이 없는 한국 국적 피의자"라며 "범죄인과 피해자들이 모두 한국인인 만큼 A씨를 송환해 국내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범이 붙잡히면서 공범과 방조범을 검거하기 위한 국내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텔레그램을 통해 피해자를 유인·협박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공범 3명을 구속했다. A씨가 제작한 영상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하거나 특정 사이트에 피해자 신상정보를 게재한 피의자 3명도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이외에 성착취물을 유포·소지하거나 시청한 5명을 불구속 상태로 송치하고 나머지 공범과 방조범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는 총 21명이다.

이미 유포된 성착취물 629건은 삭제·차단 조처하고 추가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공범과 방조범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할지, A씨 신상을 공개할지 등은 A씨 송환 후 검토할 방침이다.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지원단체를 연결해주고 법률·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경찰이 호주에 파견돼 범인 검거에 기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해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척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u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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