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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다회용컵 계약 100곳 취소" 눈물…일회용품 계도기간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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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다회용컵에 커피를 담아 제공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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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커피를 주문하자 뜨거운 음료와 차가운 음료 전용 다회용컵에 각각 담긴 커피가 나왔다. 이 카페는 지난달부터 트래쉬버스터즈로부터 다회용컵을 대여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를 카페나 PC방 등에 대여한 뒤에 수거·세척해주는 업체다.

카페 직원은 “건물의 층마다 다회용컵 수거함이 있어서 건물 내에서는 자유롭게 다회용컵으로 음료를 마시고 수거함에 반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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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 다회용컵 수거함이 설치돼 있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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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규제 확대를 앞두고 이 업체는 카페 100여곳 등과 다회용컵 서비스 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부분 계약을 취소했다. 환경부가 이달 초 시행을 불과 3주 앞둔 가운데 "1년간의 계도 기간을 두고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는 “환경부에서 (계도 기간을 두겠다고) 얘기하니까 업체들에서 조금 더 지켜보겠다며 계약 논의를 중단하더라. 환경부가 다회용컵 확산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가 시행되고) 다회용컵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문의가 있긴 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효과가)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종이봉투 준비했는데…“비닐봉투 다시 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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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매장에 일회용 비닐봉투 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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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24일부터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이 금지되고, 식당·카페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면 안 되는 등 일회용품 규제가 대폭 확대됐다. 체육시설에서 막대풍선 등 플라스틱 재질의 응원용품 사용도 금지됐다. 이번 일회용품 규제는 2019년 대형매장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이후 첫 확대 조치다.

환경부는 다만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등 1년 동안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현장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질적인 일회용품 감량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계도 기간 때문에 규제 확대가 유명무실해지고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규제 확대를 앞두고 일찌감치 준비를 마친 업체들은 갑작스럽게 단속이 유예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까 걱정이다. 환경부는 당초 편의점에서 사용했던 생분해 비닐봉투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지만, 이달 1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2024년까지 사용을 허가해주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비닐봉투를 없애고 대신 종이봉투와 다회용쇼핑백을 도입했던 편의점 업체들은 다시 비닐봉투를 재도입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24일에 맞춰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생분해 봉투에 대한 발주를 이달 초에 중단했다가 (환경부가) 24년까지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다시 발주를 재개한 상황”이라며 “손님들이 종이봉투는 싫고 비닐봉투를 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점주 입장에서는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일회용컵 10억 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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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카페 내에서 고객들이 일회용 컵을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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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규제 확대만으로는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생활계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9년 418만t(톤)에서 지난해 492만t으로 17.7%가량 늘었다.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의 연간 일회용컵 사용량도 코로나19 이전(2017~2019년)에는 약 7억 8000만개였지만, 지난해 10억 2000만 개로 10억 개를 돌파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일회용품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줄 수 있다고 하면 시장은 물론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규제 없이는 플라스틱 사용량과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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