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G7, 러시아 원유값 '60달러 상한' 전망…러시아 "안 팔아"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미국 등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옥죄려는 의도 등으로 시작된 논의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거쳐야 할 절차는 적지 않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다음달 5일부터 정해진 가격 이상으로 거래한 러시아산 원유는 보험이나 해상 운송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사진=뉴스1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EU 소속 27개국 대사들이 오는 23일 만나 러시아 원유 상한액과 관련한 논의를 할 거라고 보도했다. G7은 EU가 결정한 러시아 원유 상한액을 따르기로 했다. 호주도 EU의 결정을 따를 방침이다. 앞서 한국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회담에서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WSJ에 따르면 현재 유력한 상한선은 배럴당 60달러 안팎이다. 내년 1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배럴당 80.9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영국 시장에서 1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88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일부 EU 회원국은 상한액을 생산 원가에 가까운 20달러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레그 유스텐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배럴당 60달러가 동맹국들 관점에서 타당한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가능한 한 더 낮은 가격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배럴당 추출 비용은 12~2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한선을 과도하게 낮추면 겨울철 에너지 부족 위기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상한액이 70달러 수준에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러시아 원유가 최근 국제 시장에서 배럴당 7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어서 이 경우 제재 효과가 크지 않다.

가격상한제가 실시되면 G7과 EU, 호주는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선박 보험과 수출입 금융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한다. 상한선 아래에서 거래된 러시아 원유에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G7과 EU 국가들이 해상 보험과 운송 등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만큼 가격상한제는 러시아 원유 수출에 타격을 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EU에선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상한선 수준에 합의해야 해 결정이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가격 상한선이 결정되면 그리스, 몰타 및 키프로스 등 대규모 선단을 보유한 국가와도 합의해야 한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막자는 취지로 가격상한제를 추진했다. 지난 9월부터 이야기가 나왔으나, G7과 유럽 국가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합의가 미뤄졌다. G7은 다음달 5일부터 해상으로 운송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고정된 가격 상한선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가격상한제 합의가 곧 도출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러시아산 원유 거래가 중단되는 일도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구매자들이 (러시아 측에서) 더 나은 가격을 제시할지 보기 위해 가격상한선에 대한 세부 사항을 지켜보며 일부 러시아 원유 구매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는 가격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대해 원유 수출을 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가격상한제 시행 하루 전인 다음달 4일 만나 향후 생산 계획을 결정한다. OPEC+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모두 참여하고 있어, 만약 이 회의에서 추가 감산 결정이 날 경우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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