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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수사가 종결돼도 아동학대는 끝나지 않는다”[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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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6일 서초구 아동보호대응센터에서 서초구청, 서초경찰서, 방배경찰서, 서초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가 참석해 ‘민·관·경 합동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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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종결됐던) 원영이(가명) 건은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신고한 사안인데요, 경찰에서 조사를 나갔을 때 아이가 진술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상담도 원하지 않았고요.” (서초경찰서 아동학대예방전담관 유지희 경사)

“이후에 전담 공무원이 확인해 보니 아이가 뺨이랑 명치를 맞았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더 자세히 조사한 후에 경찰에 수사 의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초구 아동청년과 이다솜 주무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아동보호대응센터에서 학대예방경찰관(APO)과 전담공무원, 서초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속 상담사 등이 참여하는 ‘민·관·경 합동회의’가 열렸다.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이 회의에서는 관내 아동학대 사건을 놓고 조사방법과 일정 등이 논의된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초기 신고 단계부터 각 분야 전문가가 수시로 소통해 피해가 커지기 전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0년 10월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가 쏟아내듯 아동학대 대응책을 내놨다. 서초구가 집중한 것은 ‘관계기관 소통·협력 강화’였다. 사회적 분노가 집중될 때만 ‘반짝’하는 대안을 넘어 꾸준한 노력으로 대응 체계부터 탄탄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지난해 10월, 서초구는 아동학대 신고부터 사후관리까지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아동보호대응센터를 세우고 서초경찰서·방배경찰서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민·관·경 합동회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는 정창훈 주무관은 “합동회의에서는 경찰 수사가 수사 종료된 사건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는 사건은 112신고가 들어오더라도 피해당사자 아동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구체적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으면 경찰 조사가 이어지기 어렵다. 심각한 사건을 놓쳐 경찰과 지자체의 초동대응이 늦어진다는 비판도 많았다.

정 주무관은 “정기적으로 대면 회의를 개최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사건도 세부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면서 “관계자들끼리 특정 사건의 발생 경위와 심각한 정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 두면 추후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의 증언 절차를 최소화한다는 장점도 있다. 과거에는 아동이 경찰·공무원에게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정기 합동회의를 연 후에는 기관 간 정보공유가 되기 때문에 아동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보호대응센터장을 맡은 권윤연 서초구 아동보호팀장은 “아동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서 “사건당 조사 기간도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다만 관계기관 사이에 소통·협력이 이뤄진 지 오래되지 않다 보니 ‘미묘한 갈등관계’를 풀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유지희 경사는 “구청 측에서 폐쇄회로(CC)TV 열람을 도와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찰도 압수수색영장이 없으면 강제로 열람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 “(지자체 공무원들이) 경찰의 권한이 제한돼 있고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는 것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기관 간에 협조가 되는 게 당연히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맞춰 나가고 서로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리해 가면서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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