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묻자 고용노동부 직원이 큰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규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중대재해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전국의 모든 산업현장마다 일률적인 안전보건체계를 갖추는 건 비효율적이란 말도 덧붙였다.
산업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현장을 만들기 때문에 정부가 일일이 작업 현장마다의 안전보건체계와 처벌 기준을 만들어 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각 사업장에서 개별 작업마다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노력이 더 실효성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준비해 이달 안에 발표할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도 이런 내용이 주로 담길 전망이다.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기업의 자율규제에 맡겨 사업장 특성에 맞게 위험성을 제거하고 사고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정부의 지원도 따라야 한다. 규모가 큰 사업장은 몰라도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컨설팅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 사업장에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거나 유사 사고 발생에도 재발 방지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땐 엄격한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
올해 1~9월까지 510명의 근로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 수는 되레 8명이나 늘었다. 건설업에서는 '끼임' 사고가 사망사고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계에 깔리거나 물체에 맞는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부족해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도 적잖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부 종합국정감사에서 "중대재해가 줄지 않아 많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획기적인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도 산업현장에선 하루 평균 1.8명의 근로자들이 일하던 중 목숨을 잃고 있다. 고용부 장관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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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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