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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전세대출은 고정금리로 안 바꿔주나요”… 소외당하는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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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돌파했다. 대부분 전세대출이 변동금리형인 만큼 금리 인상에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차주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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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 은행지점 입구에 전세 자금 대출과 직장인 신용대출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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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5.20~7.33%로 집계됐다. 올해 1월 금리가 연 3.63~5.0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금리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자 전세대출 차주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세대출에서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93.5%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는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짧아 고객들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세대출은 대부분 금리가 6개월 주기로 재산정돼 한두 번 금리가 오른 차주도 있고 앞으로 최소 한 번은 더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현재 전세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대환 정책상품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대출 정책에는 ‘전세반환보증’과 ‘전세자금 대출지원’ 등이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전세반환보증은 정부가 지원하는 보증기관이 보증을 서주면 은행은 이 보증서를 믿고 세입자에게 대출하는 구조다. 이는 전세대출의 보증한도를 늘려준다. 보증 한도가 늘수록 차주는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보증료율로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기존 차주들이 실질적인 금리 인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전세자금 대출 지원은 전세값에 비해 대출 한도가 비현실적이다. 청년버팀목전세대출은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2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청년전세대출은 임차보증금 2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1억원까지 지원해준다. LH청년전세임대의 경우 1인 거주 시 최대 1억2000만원, 2~3인 등 공동 거주 시 최대 2억원을 지원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전세가는 5억18만원이다. 전국 평균 전세가는 2억8787만원이다. 전세자금 대출지원으로 최대 2억원까지 대출을 받았다고 해도 서울 평균 전세가의 절반도 감당할 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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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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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집을 소유한 이들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3%대 장기 고정금리로 대환해준다. 현재 주택가격 6억원, 부부합산 소득 1억원인 안심전환대출 신청 자격 요건은 내년까지 9억원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2030으로 실수요 혹은 실거주용”이라며 “최근 전세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이들의 생계에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만큼 전세대출에 대한 대환 등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전세에 대한 대환 정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은행 채권을 매입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면서 정부 지원을 보태 금리를 낮추는 구조”라며 “전세대출은 실질적으로 담보가 없고 만기가 짧아 MBS 발행이 어려워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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