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개막
달라진 무대에 '겟세마네' 등 명곡은 그대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22 공연 사진 |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예언된 죽음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예수. 그러나 성스러워야 할 예루살렘 성전은 신의 이름을 파는 장사치의 소굴이 되고, 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군중은 그에게 무턱대고 구원을 요구할 뿐이다. 홀로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아버지 신에게 "내가 왜 죽어야 하나, 내 죽음의 의미를 알려달라"고 절규하는 예수의 노래에선 죽음의 고통보다도 누구도 구원하지 못한 채 맞이하는 무의미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읽힌다.
성경 인물들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과 여러 명곡으로 50년 넘게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아온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7년 만에 한국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을 남긴 뮤지컬 거장 작곡가 앤드류 로이더 웨버와 작사가 팀 라이스가 1971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대중적인 인기 속에서 구원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는 '슈퍼스타' 예수와 그런 그를 인간적으로 사랑하며 갈등하는 혁명가 유다, 어리석고 맹목적인 예수 추종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가는 '성스루 뮤지컬'(sung-through musical)로, 강렬한 록부터 블루스, 찬송가까지 다양한 음악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절규에 가까운 샤우팅을 들을 수 있는 예수의 대표곡 '겟세마네'(Gethsemane)와 마리아의 '그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I Don't Know How to Love Him) 등 여러 명곡을 남겼다.
3년간 복음을 전파해 온 예수는 수많은 군중의 중심에 선 당대 최고의 스타가 된다. 통제할 수 없는 군중에 둘러싸여 점점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고 고뇌와 분노, 두려움에 휩싸인 예수의 모습은 한없이 인간적이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22 공연 사진 |
신과 인간, 슈퍼스타와 종교인 사이를 오가는 입체적인 예수 역에는 배우 마이클 리와 임태경이 캐스팅됐다. 개막 공연 무대에 오른 마이클 리는 깊이 있는 감정 연기와 신에게 가 닿을 듯 한없이 높이 올라가는 고음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대극장 무대를 꽉 채웠다.
돈에 눈이 멀어 예수를 배신했다는 성경의 묘사와 달리, 작품 속 유다는 예수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그를 죽음으로 이끄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예수의 뜻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추종자들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던 유다는 차라리 예수가 감옥에 갇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그를 밀고하기에 이른다. 한지상, 윤형렬, 백형훈, 서은광이 유다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체포된 예수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유다가 아닌 그를 둘러싼 추종자들. 예수를 찬양하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해 그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군중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편협한 군중 심리를 꼬집으며 지금의 관객에게도 울림을 준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22 공연 사진 |
2015년 이후 7년 만에 공연하는 이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는 홍승희 연출, 무대 디자이너 서숙진 등이 합류해 지난 공연과 달라진 무대 연출을 선보였다.
사막을 연상시키던 지난 무대와 달리 나뭇가지로 지어진 성전의 내부를 떠올리게 하는 무대로 어둡고 불안한 예수의 내면을 표현한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반세기 동안 사랑받아온 명곡들, 군무와 합창으로 극을 완성하는 앙상블들의 활약으로 스테디셀러 뮤지컬의 무게감을 증명한다.
예수의 '겟세마네', 유다의 '슈퍼스타' 등 주요 곡에서 영어 가사를 일부 그대로 사용해 몰입을 방해하는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공연은 내년 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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