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90억 유로 약속, 실제 이행은 30억 유로 불과"
헝가리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대러시아 제재 해제해야" 주장
유럽연합(EU) 깃발 |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지원금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게 돼 우크라이나를 볼 면목이 없다고 즈비네크 스타뉴라 체코 재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레 따르면 그는 브뤼셀에서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우크라이나 장관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우리(EU) 국가원수들과 정부수반들이 한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그들(우크라이나 측)에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EU는 긴급지원금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에 90억 유로(12조 원)의 재정 원조를 보내겠다고 올해 5월 약속했으나, 이 중 지금까지 실제로 보낸 것은 30억 유로(4조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EU 회원국들 사이의 협상이 잘 진척되지 않아 묶여 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래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본 사회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지역도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가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는 데에만 매월 30억∼40억 유로(4조∼5조5천억 원)의 외국 원조가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EU의 집행부인 유럽집행위원회(EC)의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집행부위원장은 11월 말까지 25억 유로(3조4천억 원)가 우크라이나측에 전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U가 5월에 약속했던 긴급지원금 90억 유로 중 나머지 25억 유로는 올해를 넘겨 내년이 되어야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크라이나 측이 희망하던 일정보다 훨씬 지연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이사회(EUCO) 정상회의에 모인 EU 회원국 지도자들에게 아직 지원되지 않은 60억 유로의 집행을 촉구하면서 "올해 내로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스타뉴라 장관은 8일 회의에서 EU가 180억 유로(24조 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제때 의결해 내년부터 지급이 시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관계자들에 따르면 EU는 올해 들어 차관과 지원금 등으로 190억 유로(26조 원)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이는 올해 5월 약속한 긴급지원금은 포함하지 않고 따진 것이다.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지원하는 현행 방식이 우크라이나 측의 현금흐름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EC는 내년에는 다른 방식으로 매월 15억 유로(2조1천억 원)를 조성해 정기적으로 보내겠다는 구상을 논의중이다.
연간 180억 유로 규모인 이 지원금은 EU 예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EC에 의해 자본시장에서 조달될 예정이며, 돈이 마련되면 차관의 형태로 우크라이나로 이전될 계획이다. 즉 EU의 통상 예산 지출에는 이 돈이 포함되지 않으며, 회원국들이 국가부채로 처리할 필요가 없다.
이런 "보다 구조적인" 시스템을 통해 내년 1월에 우크라이나에 첫 자금전달을 하겠다는 일정 목표를 세웠다고 돔브로우스키스 집행부위위원장은 설명했다.
핀란드, 네덜란드 등의 재무장관들은 이 제안에 찬성 입장을 공개로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새 지원안이 성사되려면 EU 예산계획을 변경하는 절차가 필요하므로 EU 회원국 27개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 헝가리가 이에 반대할 것이어서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뚜렷한 친러시아 성향을 보여 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EU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對)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페테르 스지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헝가리는 양자관계를 기반으로 한 대(對) 우크라이나 재정지원은 계속할 의향이 있으나, 이런 목적(우크라이나에 지원금을 보내는 것)을 위해 EU가 빚을 내는 데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7일 밝혔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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