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빨래 개는 로봇’ 첫 단추 끼웠다…수건 한 장씩 집기 성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 연구진 발표

인간 손처럼 촉각 센서 작동시켜

경향신문

카네기 멜론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이 수건을 한 장씩 집어 올리고 있다. 손가락 모양의 접촉 부위에 달린 센서(우측 상단 사진)로 수건을 정확히 한 장씩 잡을 수 있다. 카네기 멜론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성능 촉각 센서를 이용해 수건을 한 장씩 정확히 집어 올리는 로봇이 개발됐다. 세탁과 건조가 끝난 빨래를 일일이 사람 손으로 개는 수고를 덜어줄 ‘가사 로봇’ 탄생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 연구진은 촉각 센서를 이용해 테이블에 놓인 수건을 한 장씩 집어 올리는 손가락형 로봇을 개발했다고 최근 일본 교토에서 열린 로봇 관련 국제회의에서 발표했다.

인간은 컵을 들거나 천 조각을 잡을 때 시각과 촉각을 한꺼번에 사용한다. 눈으로 컵의 손잡이나 천의 귀퉁이 위치를 식별한 뒤 손을 가져가 움켜쥐거나 집는 식이다. 하지만 인간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시각과 촉각의 이런 ‘협업’은 공학적으로는 상당히 구현하기 어려운 고난도 작업이다.

연구진은 일단 시각은 접어둔 채 촉각에 의존해 수건 한 장을 정확히 인지해 잡아내는 로봇을 만들었다. 사실 인간도 거실에 아무렇게 던져 놓은 수건의 위치만 대강 안다면 눈으로 지속적으로 보지 않고도 촉각에 의지해 깔끔하게 수건을 접을 수 있다. 이런 모습을 구현할 로봇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연구진에 속한 데이비드 헬드 카네기 멜론대 교수는 대학 공식 발표를 통해 “인간에게는 자신이 촉각을 지녔다는 사실이 매우 자연스럽다”며 “이 때문에 촉각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인간이 수건 한 장을 촉각으로 정확히 구분해 손으로 집어들 때처럼 수건의 윗면과 아랫면을 샌드위치처럼 집어들 수 있는 로봇 손을 만들었다. 수건을 뭉텅이로 움켜쥐어서는 빨래를 잘 갤 수 없기 때문에 수건 한 장을 구분해 쥐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능력을 로봇에 부여하기 위해 연구진은 얇고 탄력 있는 합성고무 내부에 촉각 신호를 측정하는 자기장 입자를 넣었다. 인간의 촉각을 공학적으로 흉내 낸 센서를 만든 것이다.

그 뒤 로봇을 반복적으로 훈련시켰다. 로봇에는 센서와 연동되는 인공지능(AI)을 탑재했는데, 자신이 수건을 몇 장 집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학습 시간을 줬다. 정확히 한 장을 집을 수 있도록 공부할 여유를 부여한 셈이다. 이런 노력은 성과가 있었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로봇은 손가락에 달린 촉각 센서를 이용해 정확히 수건 한 장을 집는 능력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세탁이 끝난 옷가지를 로봇에게 넘기기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수건을 편 뒤 올바른 방향으로 접는 일이 대표적인데, 이는 향후 과제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일단 빨래 개기는 인간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빨래를 개는 로봇은 카네기 멜론대 외에 다른 과학자들과 가전업계에서도 주요 연구거리다. 인간이 번거로운 빨래 개기에서 해방되는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