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인민영수'의 첫 시험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인사말 하는 시진핑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공산당 총서기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상무위) 구성원을 뽑는 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마친 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10.23 jkhan@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모두 고생했습니다. 다들 중국 각지를 가 보고, 객관적인 진실을 보고, 세계를 향해 중국의 이야기와 중국 공산당의 이야기,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새 시대의 이야기를 전해 주십시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3연임 관련 모든 절차를 매듭지은 뒤 지난달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3층 금대청에서 열린 새 지도부(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기자 대면식 마지막에 내외신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날 시 주석의 발언 중에서 필자는 엉뚱하게도 마지막에 나온 이 평범한 인사성 멘트에 속된 말로 꽂혔다.

'중국 각지를 가 보라'는 대목에서 현실과의 괴리가 특별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 7월 중국에 도착해 21일간의 시설 격리를 거쳐 1년 3개월 가까이 생활하면서 베이징을 벗어난 적이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베이징을 벗어날 계획 또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중국이 집행 중인 코로나19 방역 상황과 관련 있다. 시외 여행을 갔다가 그곳이 봉쇄되면 베이징으로 돌아올 길이 한동안 없어진다. 여행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베이징을 몇 번이나 벗어났을까 싶지만, 나갔다가 발이 묶이면 특파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리스크는 분명 '현실'이다.

현재 중국에 보이지 않는 '이동 장벽'이 존재한다. 지인 한 명은 10월 초 국경절 연휴 때 네이멍구(內蒙古)에 갔다가 베이징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면서 1개월간 출근을 못 하고 있다. 민원을 제기했더니 네이멍구의 거주 도시에서 감염자 '제로' 상태가 7일간 유지되기 전에는 베이징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 정도 불편은 약과다. 최근 간쑤성 란저우의 봉쇄 구역에 사는 세살배기 아이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뒤 당국의 늑장 대응 때문에 '골든 타임'을 놓치며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보건 당국은 '과학적 정밀 방역'을 외치고 있지만 일선 방역 현장에서는 봉쇄와 차단 중심의 '닥치고 방역'이 맹위를 떨친다. 코로나19 방역이 최고 지도자의 중요 업적이자, 서방과의 체제 경쟁 이슈가 된 상황에서 상부의 지침을 120%, 150% 집행함으로써 충성심을 인정받으려는 일선의 조바심이 작용하고, 그 부작용들이 최고지도부까지 상세히 보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중국 방역 지도부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지난 2일 회의에서 방역 관련 통제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최단기간에 가장 작은 희생으로 방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난성 정저우의 폭스콘 근로자 집단 탈출과 란저우 세살배기 사망 등에 따른 여론의 동요를 중국 당국도 의식하고 있음은 확인된 셈이다.

경제와도 긴밀히 연결된 중국의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조정 여부는 외부세계뿐 아니라 '비판 여론' 통제 사회에 사는 중국인들도 고도로 관심을 갖는 사안이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봉쇄 중심의 방역에 피로도가 누적돼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생명 지상주의'를 강조하지만, 중국 시민들도 전파력은 강하나 사망률은 매우 낮은 코로나19 최신 변이의 특징을 알아가고 있다.

시 주석 집권 3기의 첫 번째 숙제는 미국도, 대만 문제도, 공동부유도 아닌 방역 조정 문제 아닌가 한다. 인민들의 건강과 그 외 다른 기본권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인민 영수(최근 당 대회 계기에 보급된 시 주석 칭호)'의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jhch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