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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마약이 콜라보다 싸... '쿠데타 트라우마' 미얀마의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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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이전보다 마약 생산 4배 증가
도심서 단돈 340원에 '야바' 구매 가능
군부 방관·쿠데타 좌절감이 주요 원인
한국일보

2020년 3월 유엔마약범죄사무소가 미얀마 샨주의 '골든 트라이앵글' 마약 생산 거점을 점령한 뒤 압수 마약류를 공개하고 있다. 프론티어 미얀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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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가 마약 무차별 확산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마약을 통치자금줄로 활용하느라 마약 생산과 유통을 방관 중이다. 군부의 무능과 부패에 절망한 청년층이 콜라보다 저렴한 마약에 손을 대는 등 미얀마인들의 일상에 마약이 깊이 침투하고 있다.

술집·야시장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마약

한국일보

미얀마 양곤 유흥지역에서 1,000짯(680원)에 구할 수 있는 마약 봉지의 모습. 프론티어 미얀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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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프론티어 미얀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 전역에 가장 많이 보급된 마약은 알약 형태의 '야바'이다. 쿠데타 이전 2,000짯(1,362원)에 거래되던 야바의 최근 가격은 500짯(340원)에 불과하다. 콜라 한 캔 가격(800짯)보다 마약 한 알이 더 싼 셈이다.

가격보다 더 큰 문제는 넘치는 공급량이다. 쿠데타 이전 문민정부는 마약 정보를 제공한 정보원에게 현금 보상을 하는 등 마약 단속에 공을 들였다. 쿠데타 이후 당국의 통제력이 상실됐고, 미얀마 전역에 마약이 대거 풀렸다.

마약집행국 부장이었던 마이클 브라운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 동부 밀림에서 조 단위의 야바가 생산되고 있다"며 "생산량이 쿠데타 이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약을 구매하는 것은 너무 쉬워졌다. 양곤 중심가 나이트클럽과 술집, 노래방 등에선 1,000짯(680원)만 내면 야바, 엑스터시, 케타민 등이 들어 있는 마약 한 봉지를 구매할 수 있다. 만달레이와 카친주(州) 등에선 야시장을 중심으로 마약 거래가 활성화됐다.

"무력감에 마약 손대는 청년 많아"

한국일보

2020년 6월 미얀마 군부와 오랜 유착 관계에 있는 중국 마약조직이 국경지대에서 밀매를 시도하다 적발된 마약의 모습. 라이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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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마약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중국 삼합회 등 폭력조직의 국경 출입을 비호하면서 뒷돈을 챙기고 있다. 도심 내 마약 거래도 사실상 군부의 용인 속에 이뤄진다. 쿠데타 이후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마약을 거래하는 유흥업소들은 군부에 비자금을 주면서 대부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도 본분을 잊었다. 군부가 검은돈을 독식하면서 수입이 줄어든 경찰이 마약 유통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마약상은 프론티어 미얀마와의 인터뷰에서 "군부와 경찰이 뒤를 봐주고 있어 마약 거래를 대놓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부와 경찰이 마약으로 거액을 챙기는 사이 청년들은 마약에 찌들어가고 있다. 양곤의 약물중독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쿠데타 이후 청년들이 꿈과 야망을 잃었다"며 "무력감에 빠진 이들이 마약을 통해 정신적 안정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토로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의 경제성장률을 1% 이하로 전망했다. 미얀마 경제를 지탱하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군부 폭거에 반발해 이탈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투자가 급감하니 일자리도 사라졌다. 지난해 1년간 100만 명 이상이 실업자가 됐다는 추산도 있다.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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