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과 맞손 코인원…가상화폐 시장 지각변동 오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제공 은행 첫 전환 사례

코인원, 실적 개선 기대감

다만 "업비트 같은 급성장은 어려울 것"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국내 점유율 3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제공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거래소 업비트가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제공 계약을 맺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선 만큼 코인원도 실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전날 열린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1월 중에 코인원 고객에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제공해 가상자산 거래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도모하고자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코인원과 카카오뱅크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확인서 발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이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카카오뱅크가 코인원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제공하게 되면 기존 NH농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전환되게 된다. 아울러 거래소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제공하는 은행이 바뀌는 첫 사례가 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방지와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1거래소-1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는 원화로 가상화폐를 거래하기 위해 거래소가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은행의 수를 규정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거래소가 다수 은행과 계약을 맺을 경우 A 은행으로 입금한 뒤 출금은 B 은행으로 하게 되면 자금세탁 혹은 이동 경로 파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은 해당 은행과 거래소 간 사적 계약의 영역이지만 은행에겐 가상자산거래소의 자금세탁 관리에 대해 사회적 책임이 부여된다"며 "(코인원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제공하는 은행이) 카카오뱅크로 변경된다면 기존 농협은행보다 최소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이번 맞손이 코인원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이어서 상대적으로 쉬운 비대면 계좌 개설이라는 장점을 갖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비트와 케이뱅크 사례도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업비트는 2020년 6월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고 원화 입금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후 비대면 계좌 개설이 쉽다는 점과 공격적인 마케팅, 편리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 가상화폐시장 호황 등에 힘입어 빗썸을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영업수익(매출)은 급격하게 늘었는데 2019년 1402억원에서 2020년 1767억원으로, 지난해에는 3조7046억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코인원이 업비트와 같은 급성장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시장이 이전과 달리 침체 상태여서 업비트처럼 투자자 유입의 급증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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