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 침체 위험 속 경제 외부서 충격 연달아
성장 이끌던 소비·투자에 악재…불황 앞당길 수도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2.11.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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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복합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가 북한의 도발을 포함한 경제 외적인 사건·사고로 인해 경기 하강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달러 현상 속에서 벌어진 북한의 연쇄 무력 도발 등 안보 리스크는 자금 이탈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다. 또 세간에서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와 유사한 소비 심리 위축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동·서 양측 해상을 향해 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10여발 쏜 데 이어 동해 완충구역 내로 100여발 포격을 가했다. 그동안 북한은 NLL 이남으로 해안포나 방사포를 쏜 적은 있지만 탄도미사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울릉도에서는 공습 경보가 발령됐으며 동해 일부 항공로가 폐쇄됐고, 접경 지역의 안보 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북한의 위협 고조는 역사적으로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과거 북한의 핵 개발과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연평도 포격 등 도발 행위는 단기적으로 증시를 불안케 하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부각시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켰다.
특히 올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이번 안보 위험이 외국계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당국의 환율 방어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 한 달에만 197억달러 줄어든 바 있다. 여기에 외국계 자금 이탈까지 더해진다면 환율이 더욱 높아져 당국의 추가 개입으로 외환보유고는 더 축소될 수 있다.
시민들이 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2022.11.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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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도발처럼 경제 외적으로 발생한 이태원 참사 역시 2014년 세월호 사고와 유사한 경로로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여지가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경제 심리는 위축됐고 내수와 민간 소비가 얼어붙으며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당시 집계를 보면 세월호 사고 직전인 4월14~15일 전년 동기 대비 25.0% 성장했던 카드 승인액은 사고 발생 직후인 16~20일 6.9%로, 그다음 주에는 1.8%까지 떨어졌다.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 속에서 국민들이 지출을 자제한 것이다.
이러한 소비 냉각은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이어졌다. 지난 2014년 전분기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1분기 0.9%에서 사고 발생 달이 포함된 2분기에는 0.5%로 내려앉았다. 민간 소비가 1분기 0.5% 증가에서 2분기 -0.3% 감소로 추락한 영향이 컸다.
최근 소비 심리는 이미 부정적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이후 두 달 만에 생산과 소비, 투자의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고 8월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도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8로 한 달새 2.6p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 6월 96.4, 7월 86, 8월 88.8, 9월 91.4, 10월 88.8로 5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사고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출 약화에 소비마저 위축되면 내년 성장률 전망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앞서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대 초반~1%대 후반까지 내려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2.0%를 내놓은 데 이어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1.9%, 씨티는 -1.3~1.8% 사이를 예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안보 위험은 모든 경제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이다. 북한이 안보 위협을 한다든지 핵 공격 위협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우리 금융·외환 시장에 큰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며 "이태원 참사도 정부에 대한 신뢰도 등이 낮아지면서 불안이 높아져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월호 사고와 이번을 비교하기엔 사고의 성격이 다르고, 정치적 영향력도 다르니까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며 "오히려 그때와 비교해 미국의 금리 인상을 비롯한 대외 불안이 커서 그쪽의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도발이나 이태원 참사가 소비·투자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 "다만 북한의 도발이 직접적 군사 충돌로 이어지지 않는 한 의미 있는 정도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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