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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출교당한 신학자 복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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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종교 간 대화를 주장했다가 기독교 교단에서 출교당한 변선환 전 감리신학대학 학장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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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했던 변선환 선생의 이야기를 수용하지 않으면 (기독교는) 한국 종교와 대화할 수 없다. 대형 교회들의 변 선생 배척은 한국 종교에 대한 종교적 무례이자 수치다.
이호재 전 성균관대 교수

종교 간 대화를 통해서 기독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보수적 목회자와 부흥사들의 비판을 받은 끝에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1992년 출교당한 고(故) 변선환(1927~1995) 전 감리신학대 학장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출교로부터 30년 만, 별세로부터 27년 만이다. ‘종교재판 30년, 교회권력에게 묻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기독교계에서 자리를 잡은 고인의 신학계 후학들이 모여 주최했다. 변 학장 사건을 돌아보면서 그가 내세운 ‘종교다원주의'가 기독교를 다른 신을 믿는 종교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이론이 아니라 기독교를 혁신하기 위한 신학이었다는 게 학술대회의 주요 요지다.

변 학장은 한국 기독교사에서 대표적인 진보적 신학자로 손꼽힌다. 1955년 감리회 동부연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1967년부터 감리교신학대 교수로 재직해 기독교 토착화 과정을 연구하면서 불교 등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1977년부터 '교회 바깥에도 구원이 있는가'를 주제로 기독교계 잡지에서 지상 논쟁을 벌였던 그는 결국 종교재판에 회부돼 1992년 출교당했다.

최근 학술대회를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서 후학들은 변 학장이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일성을 내놓은 것은 한국 기독교가 서구의 기독교를 답습하기보다 국내 문화를 담은 기독교로 발전해 민중을 해방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교회와 신학적 보수파들이 ‘구원’이라는 문자에만 집착해 변 학장의 이론을 하나님과 멀어지고 다른 신에 가까이 가는 이론처럼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보수파들이 전면에 나선 결과 개신교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을 일으키고도 자정하지 못하거나 배타적인 종교로 변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은선 전 한국신연구소 소장은 변 학장의 이론은 현재도 생명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문화, 종교와 열린 마음으로 대화한 게 감리교였는데 1970, 1980년대 들어오면서 폐쇄화됐고 죽은 교리가 됐다”면서 “그런 교조화를 경계했던 작업을 선취했던 것이 변 학장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정배 감신대 은퇴교수는 학술대회 현장에서 자유로운 신학적 토론보다 단일한 교리 해석을 내세우는 대형교회가 신학을 좌우하는 상황을 염려했다. 신도들이 신앙생활을 스스로 고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교단 정치가가 변 학장에게 이론에 대한 믿음을 철회하라고 타협을 제시했지만 "변 선생은 그것을 살길이 아니라 죽는 길로 여겼다"면서 "신학 담론을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만들 수 없었던 것. 그는 신학이 교단의 잣대로 평가되는 것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은 이날 학술대회에서 "변 선생에 대한 감리교 총회의 판결은 터무니없는 짓"이라면서 "선생의 지위, 공적 등 모든 것이 정확하게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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