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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취재파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입니다, 육아휴직자 이야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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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전 삼천포점 발령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소속 42살 남 씨가 육아휴직을 쓴 배경에는 삼천포지점 발령도 있습니다. 남 씨는 육아휴직 신청에 앞서 갑자기 경남 사천에 있는 삼천포점으로 발령이 납니다. 사전에 사측에서 언질을 준 것도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남 씨는 삼천포점 발령에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에서 다니려면 차로 약 2시간 거리입니다. 하루에 왕복 4시간 거리입니다. 마트 근무 특성상 마트 영업을 마친 뒤 밤 11시에 퇴근하는 날도 있습니다. 집에 가면 새벽이 됩니다.

▶ 육아휴직 후 복직하려니…400km 먼 곳 발령, 결국 퇴사 (지난 27일 8뉴스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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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씨는 당시 한국말이 서툰 베트남인 아내와 두 살과 세 살 된 아들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문제로 뒤숭숭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남 씨는 남성육아휴직을 차라리 이때 써서 갔다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롯데그룹이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로서리' 근무자 이미 있는데?



남 씨가 삼천포점 발령을 의아해 하는 건 단순히 멀어서가 아닙니다. 남 씨의 직군은 마트 공산품 등을 관리하는 '그로서리'입니다. 근데 삼천포지점에는 당시 그로서리 담당자가 이미 있었었다고 합니다. 그로서리 담당자가 이미 있는데, 그곳으로 발령이 나는 건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남 씨는 알고 보니 삼천포 지점으로 가면 그로서리가 아닌 다른 업무를 맡게 되는 수순이었습니다. 남 씨는 사실 이때부터 회사가 그만 관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인지 고민이 빠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꺼림칙한 상황 속에서 남 씨는 육아휴직을 떠나게 됩니다.

남 씨,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남 씨는 삼천포 지점 발령에 다른 이유가 있나 생각에 잠겼다고 합니다. 남 씨는 사실 부산 학장점에서 근무할 당시 직장 내 괴롭힘을 사측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점장의 폭언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 씨는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연차를 자주 쓸 수밖에 없었을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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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씨는 본인이 연차를 쓰는 것에 대해 점장 폭언이 심했다고 합니다. 남 씨는 당시 점장이 '너를 고용할 바엔 여자 직원 쓰는 게 훨씬 더 낫다'라는 등 폭언과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폭언의 피해자도 남 씨 혼자만 아니라 다른 근무자들도 더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 씨는 당시 지점장의 폭언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녹취 등 자료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남 씨는 일단 사측에 이러한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롯데쇼핑 "조사 결과 괴롭힘 아니다."



남 씨는 당시 감사팀으로부터 신고한 것에 대한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감사팀이 직접 찾아오진 않고 전화상으로 당시 상황을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별다른 조치 없이 흐지부지 됐다고 합니다. 남 씨는 취재진을 만날 때까지 당시 신고에 대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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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롯데쇼핑 측에 당시 조사 결과를 물었습니다. 사측은 조사를 했지만, 괴롭힘이 아닌 것으로 조사를 끝마쳤다는 입장입니다. 괴롭힘이 아니었던 만큼 가해자로 지목된 점장이나, 신고자 남 씨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별다른 조치는 없었습니다. 근로기준법 76조의3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시 조사기간 동안 피해 근로자 의사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조치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가해자 지목 점장, 삼천포 지점장으로



남 씨는 삼천포 지점 발령 결정 이후 육아휴직을 신청한 만큼 소속이 삼천포지점입니다. 남 씨는 먼저 1년 육아휴직을 쓴 다음 복직을 타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당시 복직을 못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삼천포지점장 때문입니다. 본인이 부산 학장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했을 때 문제가 됐던 그 점장이 삼천포지점으로 와있던 것입니다.

남 씨는 그래서 삼천포지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사측은 이러한 남 씨에게 울산의 한 지점으로 가라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근데 해당 울산 지점은 폐점을 앞둔 곳이었습니다. 폐점을 앞둔 매장에 가는 건 또 부담이 됐습니다. 꼭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폐점 점포 근무자들이 폐점이 된 뒤 다른 자리가 있는 곳으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폐점 점포 근로자들은 퇴사 수순을 밟기도 한다고 합니다.

괴롭힘 신고자에 육아휴직 2년까지



사측은 남 씨를 중계점으로 발령을 낸 것은 과거 괴롭힘 신고나 육아휴직과는 무관하다고 강하게 얘기합니다. 사측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남 씨가 본인이 서울 중계점으로 발령이 나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입맛대로 끼워 맞추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남 씨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똑같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본인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게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 대법원이 2022년 7월에 남녀고용평등법 19조 3항에 나온 육아휴직자 상대 '불리한 처우'가 뭔지 그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 나오는 사측도 롯데쇼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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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부산 11번, 경남 3번, 서울 중계점, 육아휴직자 이야기①
박찬범 기자(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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