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사 주지 지낸 함현 스님, 참선이 아닌 염불수행 선언
“수행자된 후 자아의 벽 부딪혀
제자-불자 함께하는 수행법 고민”
불교신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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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종립선원인 경북 문경시 봉암사 주지를 지낸 함현 스님(사진)의 염불수행 선언은 종단 내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다. 봉암사의 상징성이나 참선 수행하는 수좌(首座)들 사이에서 높은 그의 신망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는 최근 비매품으로 출간한 저서 ‘머리 한 번 만져 보게나’를 통해 “수행자가 된 후 무엇보다 시도 때도 없이 ‘자아’의 벽에 부딪히는 것이 문제였다”며 “정토(淨土)의 살림꾼, 정토의 종치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선이 아니라 염불을 통해 정토에 이르는 염불수행자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다. 서울 은평구 도솔선원에서 26일 스님을 만났다.
―염불수행을 선언했다. 놀랍다.
“부산 가다가 대구 내려서 들를 수도 있는 것이지…. 공부 많이 한 노스님들이 밤새 염불하는 것을 보고 이해 못 했는데, 나도 나이 들면서 이해가 되더라.”
―간화선(看話禪·화두를 틀고 참선하는 수행법)은 이제 안 하는 건가.
“중 되기 전부터 참선했던 사람이라 쉽게 내려놓기가 어렵더라. 지난해 동안거(冬安居·3개월의 겨울 집중수행 기간)를 이곳에서 보냈다. 방 안에서 하루 8km를 걷고, 절 300배와 염불을 하면서 정리가 됐다.”
―수좌들 사이에서 말이 많을 것 같다.
“봉암사 주지까지 한 사람이 염불이냐? 이런 얘기 나오지, 하하. 지난해 6월 실상사 화엄학림과 봉암사 태고선원 선덕(善德·선원의 어른)을 지낸 연관 스님을 보내드릴 때 수경 스님, 도반들과 함께 염불해 드렸다. 그분이 지병이 있어 곡기를 끊으셨는데 염불을 따라 하면서 얼굴이 맑고 편안해지더라. 그 모습 보면서 내가 길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수행자가 된 후 ‘자아’의 벽에 부딪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수행자라면 자신이 어느 단계의 어느 지점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식이 이를 가로막기 시작하면 수행승이라고 할 수 없다. 이 과정을 제대로 지도해줄 어른도 드물다. 그래서 나와 제자, 불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수행법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했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간화선 아닌 수행법에 대한 시비가 많다.
“참선으로 시작해 남방불교 수행법이나 염불은 물론이고 경전도 두루 공부하고 있으니 나는 ‘통(通)불교’라고 한다. 부처님 법은 차별이 없다.”
―찬불가를 만드는 등 포교에도 관심이 많다.
“12월 3일 오후 6시 은평 문화회관에서 60여 명으로 구성된 ‘무디따 합창단’이 공연한다. 틈틈이 신곡 16곡을 작사했는데 음악가들이 좋은 곡을 만들어줬다.”
―코로나19 이후 삶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
“큰 불행 속에서도 ‘코로나 보살’이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줬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욕망이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우리가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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