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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게임정책과 업계 현황

[게임위드인] 졸속 심의로 존폐론 자초한 게임위…"자율심의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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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게임강국 중 정부 심의는 중국·호주 빼면 우리나라뿐

연합뉴스

신작 게임 체험하는 게이머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G-STAR)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불공정 게임 심의 논란에 이어 '전산망 납품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존폐론에 휘말렸다.

게임위가 초유의 감사원 감사까지 눈앞에 두게 되자 정부 주도로 게임 유통을 통제하는 심의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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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물관리위 청사
[게임물관리위원회 제공]



◇ "심의와 사후관리는 '날림' 과정은 '깜깜이'"

게임위가 게이머들의 신뢰를 잃게 된 원인은 졸속 심의와 사후관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게임위에 상정된 내용수정신고·등급분류 심의 대상 게임은 총 5천934건이었으나, 위원이 이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한 경우는 4.87%인 289건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위원들이 대부분 경우 연구원의 검토의견에 따라갈 뿐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위의 심사·사후관리의 실태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된 게임위 회의 결과록에서도 나타난다.

게임위는 지난달 1일 열린 제14차 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직권등급재분류 및 등급조정 대상 게임물 117종, 등급 부적정 시정요청 대상 게임물 606종을 심의했다.

이에 따르면 총 723건의 게임물을 심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시간에 불과했다. 플랫폼별로 복수 집계된 게임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수백 건을 심의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당시 회의에서 12세∼15세 이용가로 서비스되던 '블루 아카이브', '페이트 그랜드 오더', '소녀전선'의 등급은 '청소년이용불가'로 일괄 상향조치됐다. 사유는 '선정성'이었다.

구체적으로 게임 속의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되어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것인지 게임 이용자들이 살펴볼 방법은 없다.

게임위가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회의록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위는 게이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 대해 지난 27일 '15세 이용가'로 재심의 의결했다. 기존에 회의를 거쳐 청소년이용불가로 상향 조치한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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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게임 산업 매출액 상위 10개국(단위 10억 달러)
[스태티스타(Statista) 홈페이지 캡처]



◇ 10대 게임강국 중 정부가 심의하는 나라 중국·한국·호주뿐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114억 달러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위다. 5위부터 10위까지는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순이다.

게임산업 규모 상위 10개국 중에서 정부 기관이 게임 심의를 담당하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호주뿐이다.

중국의 경우 게임물을 유통하려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허가, 즉 판호(版號)를 의무적으로 받게 되어 있으며, 게임 내용에 상당한 수준의 검열을 가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호주는 게임위와 유사한 정부 산하 기관인 '오스트레일리아 등급 위원회'(ACB)가 게임물 등급분류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게임산업이 발달한 미국, 일본, 영국,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모두 업계에서 설립한 비영리 민간기구가 심의를 담당하고 있다.

또 이들 기구의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을 유통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며, 모바일 게임은 전적으로 앱 마켓 사업자의 등급분류에 맡기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7년 자체등급분류제도가 도입됐으나,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나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은 의무적으로 게임물관리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해 '반쪽짜리 자율심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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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체험하는 게이머들
2019년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G-STAR)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가들 "궁극적으로는 자율심의 정착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게임위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정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율심의가 정착해야 한다고 본다.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두원공대 교수)은 "게임위가 게임물을 바라보고 취급하는 시각이 시대의 변화상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임위가 아케이드 게임이나 사행성 게임만 심의하는 기구로 남고, 업계뿐만 아니라 학계나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모범적인 자율심의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게임위가 개혁적이고 전문성 있는 위원들로 새롭게 꾸려질 필요가 있다"며 "이번에 불거진 비리 의혹에서 보듯, 직원들이 부패 위험에 노출돼있는데 구조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면 자율심의'에 대해서는 "국내 게임 업계가 자율심의의 취지를 준수할 만한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행성 짙은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홍역을 치른 게임계가 과연 준비돼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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