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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취재파일] 제빵공장 노동자 빈소에 '땅콩크림빵' 놓고 간 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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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에스피씨(SPC) 계열의 빵 반죽 공장에서 23살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끼여 숨졌습니다. 사고 당시 숨진 이 노동자는 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일하다 기계에 몸이 끼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배합 기계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덮개나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20일)은 이제 갓 스물세 살이었던, 빵을 좋아하던 한 노동자가 하늘로 영영 떠난 발인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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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는 허영인 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조치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 제빵 공장 노동자의 빈소에 SPC가 보낸 상조용품에 파리바게뜨 빵이 포함돼있었습니다. 처음에 유족들은 다른 일회용품 박스와 섞여있어 확인하지 못하다가, 조문객들 손에 빵이 하나씩 들려있는 걸 보고 나중에 알아차렸다고 합니다. 유족이 "어떻게 ㅇㅇ이가 이걸 만들다가 죽었는데, 조문객들한테 답례품으로 크림빵을 줄 수 있느냐.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크게 항의했지만 SPC 측은 빵을 치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SPC "빵은 원래 제공되는 상조용품" 유족 "항의해도 안 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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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측 해명은 이렇습니다. 원래 직원들에 제공되는 상조용품 집기 목록 중에 하나여서 제공된 것 일뿐이라는 겁니다. 빵을 만드는 회사다보니, 상조용품에 크림빵과 단팥빵 등 200개 두 박스가 제공되어 왔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마저 유족이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았어야하는 게 '인간적 도리'입니다. 이 노동자의 가족들의 삶에서 앞으로 어떻게 '빵'이 단순히 맛있고 달콤하기만 한 빵일 수 있을까요. 딸과 조카를 생각하면 그 크림빵을 보는 순간 억장이 무너져 내렸을 겁니다. 회사 해명이 궁색합니다.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오늘 이 사고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한다고 말입니다. 안타까움을 넘어서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산재는 익숙할 정도로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사고가 난 회사들의 변명도 비슷합니다. 안전매뉴얼이 있었지만, 하필이면 그때 그 노동자가 홀로 작업하다 변을 당했다거나, 더한 경우엔 노동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서란 식입니다. 대통령이 언급한 최소한의 배려는 노동자와 사업주, 정부 당국이 합심해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꼼꼼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서 출발할 겁니다.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을 그저 운에 맡기는 걸로는 누구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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