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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학생들 ‘마음의 골든타임’ 위닥터가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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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열린의사회 공동 사업

경향신문

위(Wee)닥터 자문의사인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왼쪽)가 상담교사들과 비대면으로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열린의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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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우울감 경험·자살위험군 매년 증가세…코로나로 악화
학생들 상담 때 정신과 전문의가 원격화상자문 ‘위닥터 사업’ 도입
전국 자문의 50명 참여, 학내 상담·자문…학생 정서 안정 큰 도움

국내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위기’ 대처방안이 교육계 및 의료계의 큰 고민으로 등장했다.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우울감 경험률과 자살위험군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우울증(코로나 블루)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나빠지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고등학교 여학생 A양은 학업에 대한 경쟁심과 불안이 높은 학생으로, 친구들과 함께 ‘주의력 집중 및 잠을 오지 않게 하는 약물’을 임의 복용하고 있었다. 약물을 복용한 후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이 있었으나 끊지 못하고 지속해서 복용하는 상태였다. 이런 내용으로 상담을 접한 학교 상담교사는, 전문가 소견 없는 약물의 임의 복용은 위험하다는 생각과 해당 약물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받고 학생을 지도하려는 마음으로 ‘위(Wee)닥터’ 자문을 신청했다.

초등학생 B군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죽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위험한 자해 행동을 자주 보였다. 이 아이는 할머니가 주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조손가정이다. 아이의 자해 행동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으나 학교에서 B군에 대한 상담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학교 상담사는 고민 끝에 ‘위닥터’ 자문을 신청했다.

교육부와 열린의사회가 함께 시행하는 ‘위닥터 사업’이 이러한 초·중·고교 학생들의 정신건강 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희망봉으로 등장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일선 학교의 ‘위(Wee)클래스’ 상담교사나 상담사들에게 원격화상 시스템으로 일대일 사례 자문을 하는 서비스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위클래스는 위기 학생을 종합 지원하는 다중의 통합 지원 서비스망이다. 학교에는 위클래스, 교육지원청에는 위센터, 교육청에는 위스쿨이 운영된다. 위클래스에는 전문 상담교사 또는 전문 상담사가 배치되어 1차 상담을 해준다.

교육부, 전남교육청, 열린의사회는 2018년 12월 협약을 맺고 위닥터(원격 화상 자문)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갈수록 다양하고 심각해지는 청소년들의 심리, 정서 문제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금년 9월 말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 참가 중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2714기관(학교 등)에서 3061명의 상담교사 및 상담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9년 117회, 2020년 1544회, 2021년 2158회, 2022년(8월 말 현재) 1987회 등으로 자문 진행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위닥터 자문의사인 조성준 교수(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학교 일선에서 상담교사들은 일반 교사들보다 전문가인 것은 맞지만, 충분한 경험과 실무를 접하기 전에는 이론적으로 배웠던 것들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때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위닥터)의 활동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상담교사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학생을 상담하는 방법, 내용, 질환의 특성, 보호자 면담 방법 등 어떤 사소한 문제든지 상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위닥터 사업은 학생들이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학교 상담 내용을 토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학생의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정신과적 견해를 제공한다. 또한 학부모의 경우, 사례에 따라 사전협의를 통해 자문에 함께 참석할 수 있다. 경기 오산시 대호초등학교에 올해 신규 발령을 받은 채은녕 상담교사는 “상태가 심각한 아이들을 상담할 때 어려움이 많았는데, 위닥터 자문을 통해 전문의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전문의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상담 건을 진행하면 다른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는 데에도 수월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학교 부적응과 극단적 선택 시도 등의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불거졌다. 위닥터 자문의사인 이병철 교수(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상담 방향 설정이나 학생의 질환에 대한 이해, 상담교사와 상담사들의 스트레스 관리 등을 돕고 있다”면서 “위닥터의 자문은 상담 인력들의 과도한 소진을 막고 효율적인 상담을 진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위닥터 자문의는 대부분 전국 대학·종합병원 소속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진으로 위촉되었다. 현재 약 50명의 자문의가 활동한다. 지역 제한 없이 정신건강의학과의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온라인 자문을 통해 똑같은 수준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병윤 교육부 사무관은 “위클래스가 단위학교에 설치되어 학교 부적응 학생의 조기 발견·예방 및 학교 적응력 향상을 지도하고 있다”면서 “또한 열린의사회와 함께 학생의 심리·정서 회복 지원을 위한 위(Wee)닥터 등 특화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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