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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단독]軍, 서해 공무원 피살 알고도…이튿날 北에 '실종' 전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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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북한에 확인차 보낸 전통문에 여전히 ‘실종자’로 표현하며 북한군 사살 관련 내용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런 행동이 서해 공무원 사망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13일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관련 문재인 정부의 조직적 은폐 및 자진 월북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최근 사건 관계인 소환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다. 군 특수정보(SI)인 감청첩보에 따르면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이대준씨는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으며 이후 6시간 만인 9시 40분쯤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후 군은 해상에서 시신을 소각했다는 첩보까지 입수했다.

검찰은 군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만 24시간 뒤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 전까지 하루 동안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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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고(故) 이대준 해양수산부 주무관의 추모 노제가 지난달 22일 낮 전남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 전용 부두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동료들이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도착한 장례 행렬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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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씨 사망과 관련한 첩보 내용은 국방부가 관리하는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는 물론 국가정보원이 자체 생산한 첩보보고서에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은 이씨 사망 4시간 뒤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쯤부터 수차례 열린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도 공유됐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같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유엔(UN) 총회 연설을 했다.

2020년 9월 23일 아침엔 문 대통령에게도 이씨 사망과 관련한 대면 보고가 이뤄졌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북한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 알리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군은 23일 오후 유엔사령부와 협의를 통해 북한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대북 전통문을 보냈다.

그러나 해당 전통문에는 ‘서해상에 우리 국민 실종자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만 담겼을 뿐 피격 사망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한다. 군은 당일 오후 1시 30분 출입기자단에게도 문자 공지로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돼 정밀분석 중에 있다”며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단 사실만 알린 채 여전히 이씨를 ‘실종자’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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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대응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 여권 관계자는 “정보 자산 노출을 우려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통문에 담고 브리핑까지 한 이유가 설명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통문에 응답하지 않는 동안 이씨는 ‘실종’ 상태로 유지됐다. 그 사이 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된 방침에 따라 사망 관련 첩보에 대한 삭제가 이뤄졌고, 관련 첩보는 당시 연평도 인근 해상 수색팀에 공유되지도 않았다는 게 이번 의혹의 핵심이다. 이씨 사망 사실은 2020년 9월 23일 오후 10시 50분쯤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공개되기 시작했다. 군이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규탄 성명을 낸 건 이튿날인 24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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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왼쪽)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월 1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지켜본 뒤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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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가 사망 사실을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당시 정부는 ‘사망 첩보 분석에 시간이 소요됐다’는 취지로 부인해 왔다. 그러나 당시 실무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은 ‘사망 첩보 내용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명확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관계부처 내에서도 이씨 사망 사실에 대한 선제 공개 필요성까지 검토됐다고 한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통해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실종·사망 당시 상황을 살피기 위해 지난달 28~29일 서해에서 현장검증도 벌였다.

다만, 최근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에선 관계장관회의와 대통령 보고 등 사건 당시 생산된 문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기록관에 어떤 자료가 없다고 해서 그 자료와 관련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일 회의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회의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다른 증거를 확보했다는 취지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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