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나나, 여성 콤비의 탄생…SF 가면 쓴 좌충우돌 모험극
"복합장르의 다채로운 매력" vs "산만·느린 전개" 호불호는 갈려
넷플릭스 새 시리즈 '글리치' |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외계인과 사이비 종교의 연관성을 파헤치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글리치'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엉뚱하고 발랄한 여성 콤비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지난 7일 공개된 '글리치'는 가끔 외계인을 보지만, 안 보이는 척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지효(전여빈 분)와 외계인을 추적해 온 유튜버 보라(나나)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외계인에게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효의 남자친구 시국(이동휘)을 찾아 나서며 사이비 종교의 실체에 다가선다.
드라마는 대놓고 '4차원'을 지향한다. 외계인이 실존하는지 허상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이비 종교로 이어지면서 전형적인 SF나 미스터리와는 다른 결로 전개된다. 외계인, UFO를 둘러싼 과학적인 증거들을 나열하지도 않고, 사이비 종교의 섬뜩한 계시나 심오한 상징성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주된 이야기는 학창 시절 서로에게 안 좋은 기억을 남기고 소원해졌다가 성인이 된 후 다시 만나게 된 지효와 보라가 시국의 행방을 파헤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모험이다. 엉겁결에 사이비 종교 본거지에 잠입해 흥겨운 음악에 양손을 흔들어대는 의식에 동참하고, 친구를 구하겠다며 냅다 소화기를 자동차 운전석에 분사하다 경찰서에 잡혀 온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글리치' |
장르적으로 보면 '글리치'는 코미디가 섞인 SF 기반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외계인이라는 미확인 생명체를 추적하지만, 실제 외계인이나 그 실체를 보여주는 장면은 드물다. SF라는 가면을 쓴 사이비 종교 미스터리에 가깝다. 여기에 시시때때로 몸개그나 콩트 느낌의 유머를 더했다. 복합장르의 다채로운 매력이 있지만, 각 장르가 뒤죽박죽 섞여 있어 산만한 느낌도 든다.
총 10부작으로 6부작이나 8부작 시리즈 '몰아보기'에 익숙한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이야기 전개가 늘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외계인과 사이비 종교라는 일상과는 동떨어진 설정에 빠져드는 데도 진입장벽이 있다는 평이다. 외계인과 사이비 종교의 연결지점을 찾아가는 서사의 '빌드업'도 촘촘하지 못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불평도 들린다.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을 집필한 진한새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극 중 여러 차례 언급되는 '믿음'이라는 키워드조차 작품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과 지효와 보라의 엉뚱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충분히 제공하는 콘텐츠라는 평이 엇갈린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글리치' |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글리치'는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긴장감 가득한 장르물이나 미스터리, 마니아층을 겨냥한 B급 유머로 점철된 코미디를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특히 최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장르물이 피 튀기는 자극적인 장면들로 내달리는 상황에서 소재나 연출 모두 신선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전여빈과 나나의 케미(궁합·케미스트리)가 돋보인다. 두 사람은 코미디에 주로 등장하는 남성 콤비보다 한층 높은 에너지로 극을 유쾌하게 이끈다. 외계인과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말 그대로 '돌진'한다.
코믹 콤비는 자고로 '덤 앤드 더머'같아야 한다는 공식도 깬다. 엉성한 듯하지만 치밀하게 적지에 침입하고, 대책 하나 없는 듯하지만 나름 영리하게 위기에서 탈출한다. 때로는 빠르고 단호한 결단력으로 '걸크러쉬'를 폭발시킨다.
드라마 초반 평범하고 소극적인 직장인에서 후반부 진실을 좇아 물불 안 가리고 돌진하는 지효로 분한 전여빈의 연기력은 '빈센조', '멜로가 체질' 등에서 보여준 인상 깊었던 캐릭터들의 잔상을 덮을 만하다.
나나 역시 자신의 색깔을 잘 살릴 수 있는 개성 강한 캐릭터 보라를 찰떡같이 소화하면서 이제는 셀럽(유명인)보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글리치' |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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