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10일) 오전 아파트 외벽 보수 작업을 하던 30대가 28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최근 이런 일이 잇따르고 있는데, 그 원인은 뭐고 대책은 없는지 저희가 전문가와 함께 사고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박세원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옥상부터 연결된 밧줄이 끊어져 매달려 있습니다.
어제 오전 11시쯤 아파트 외벽 보수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 A 씨가 28층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사고가 난 아파트 화단입니다.
작업용 밧줄이 이렇게 곳곳에 널려 있고 작업에 쓰였던 의자와 안전모도 흩어져 있습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밧줄과 건물 모서리 사이 마찰을 줄이기 위해 대어 둔 보호대도 함께 끊어진 걸로 파악했습니다.
A 씨가 현장에서 구명줄을 착용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현장입니다.
지난달 말 이곳 건물에서도 외벽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사망한 50대 노동자도 당시 구명줄을 매지 않고 있었습니다.
안전장치인 구명줄을 작업 효율을 위해 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주성만/공사현장 팀장 : 자기 경력만 믿고 내가 건축업을 몇 년 했는데 몇 년 동안 안 떨어졌다 해 가지고 (구명줄 없이) 그냥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귀찮죠, 일단. 쉽게 말해서 작업 능률 속도가 안 나고.]
[안형준/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 목숨이 위험하지만 작업은 세 배의 속도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알고도 강행하지 않았나.]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828명, 그중 42.4%가 '떨어짐'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작업 효율만을 강조하고 안전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는 공사 현장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공사 완공 뒤 진행하는 고층 건물 보수 작업의 경우 영세한 업체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사 규모가 크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받지 않는 안전 사각지대가 되는 겁니다.
[안형준/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 (공사 규모가) 50억 원 미만이라 할지라도 중대재해, 즉 사망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그 업체에 대해서 어떤 처벌 규정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업자가 성능이 검증되고 관리가 잘된 안전 장비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교육과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임동국, 영상편집 : 황지영, CG : 김홍식, VJ : 이준영)
박세원 기자(on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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