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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이 생산·이동·재고 파악 ‘착착’ AI가 오류 분석 ‘척척’…제조업 미래 밝히는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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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가전’ 핵심 생산기지, 경남 창원 ‘스마트파크’ 가보니

경향신문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에서 자율주행 물류로봇(AGV)들이 물류 박스 등을 실어나르고 있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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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디지털 트윈 기술 등 적용
생산성 높이고 불량률 30% 줄여
세계경제포럼 ‘등대공장’ 선정

기존 인력, 관리 등 다른 업무로
“위험 방지 등 사람 위한 자동화”

지난 6일 방문한 LG전자 경남 창원 공장의 통합생산동에서는 지게차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5번 1악장의 선율이 들렸다. 자율주행 물류로봇(AGV)이 기자들 뒤에서 내는 소리였다. LG전자 관계자는 “AGV가 ‘길을 비키라’며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GV는 라인 바닥에 그려진 초록색 선을 따라 자동으로 이동하며 최대 600㎏까지 실어나를 수 있다. AGV가 내부 물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부품 박스를 올리면 고공 컨베이어를 타고 있는 로봇들이 이를 받아 필요한 장소에 갖다 놓는다. 무인창고에 있는 로봇은 부품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실시간으로 재고까지 파악할 수 있다.

창원 공장은 45년간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만들어 온 ‘LG 가전’의 핵심 생산기지다. 공장 부지만 축구장 약 95개 규모(대지면적 67만6000㎡)에 달한다.

가장 오래된 1공장(25만6000㎡)은 5년 전부터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5G)·디지털 트윈 기술 등을 적용한 스마트공장으로 변신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냉장고를 생산하는 통합생산동이 1단계 가동에 들어갔다. 1공장 명칭도 ‘LG스마트파크’로 변경됐다.

‘미래형 공장’인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용접 라인에서는 로봇들이 카메라 등으로 냉장고 내부 용접 위치를 정밀하게 촬영한 뒤 용접을 진행했다. 숙련된 기술자들의 고주파 용접 장면이 찍힌 15만장의 사진 등 용접 관련 데이터들을 딥러닝 방식으로 습득했다고 공장 직원이 설명했다.

AGV·용접 로봇 등 각각의 로봇에는 5G 이동통신 송·수신기가 달려 있다. 회사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통합생산동에 5G 전용 통신망을 구축했으며, 덕분에 공장 내 로봇들이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통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합생산동에서는 국내·미주·유럽에서 판매되는 냉장고 58종을 함께 생산한다. 냉장고의 경우 공정 시간이 제품마다 짧게는 40분에서 1시간 반까지 차이가 난다. 과거 1공장 시절에도 다양한 냉장고를 함께 만드는 ‘혼류 생산’이 시도됐지만 컨베이어 벨트에 공정 시간이 다른 냉장고들이 섞여 있다보니 공정이 긴 냉장고가 벨트 앞에 있으면 다른 제품 생산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각 공정에 있는 로봇과 데이터, 5G 등을 이용해 같은 벨트에 있는 다른 종류의 냉장고들을 공정에 맞게 재배치시켜 전체 공정 시간을 줄이는 일이 가능해졌다. 생산라인 전광판에는 ‘지구가 도는 한 라인은 돈다’라고 써 있었다.

통합생산동에서는 10분 뒤 라인 상황도 미리 예측해 효율을 끌어올렸다. AI가 디지털 가상공간에 통합생산동과 똑같은 라인 시설을 만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서다. AI는 공장 안에서 수집된 실제 데이터들을 가상 공장에 적용시켜 10분 뒤에 벌어질 정체 상황이나 불량 문제를 미리 알려 작업자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술로 제품 불량 원인 분석 시간이 기존 대비 약 50% 단축됐고 현장 불량률은 30% 정도 줄었다.

통합생산동은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첨단 기술이 도입돼 제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공장에만 붙는 명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포항 공장, LS일렉트릭 청주 공장까지 3곳만 등대공장에 뽑혔다.

LG스마트파크가 완공되는 2025년에는 고도화된 냉장고 생산라인이 1개 추가되고 오븐·식기세척기 라인도 만들어진다. LG전자 관계자는 “사람을 줄이기 위해 로봇으로 대체한 게 아니라, 위험과 불량을 막기 위해 자동화를 했다”며 “기존 인력은 데이터 관리 등 다른 업무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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