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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강릉부터 선제타격?’…낙탄 사고에 ‘들썩’ [정치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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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심야, 강릉서 낙탄… 인가 700미터 근방에 낙탄

헤럴드경제

4일 저녁 우리 군이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비정상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 내 떨어진 사고와 관련, 밤사이 불길과 함께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려 주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냐'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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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한국 군이 쏜 미사일이 강릉에 떨어졌다. 앞으로 쐈던 미사일이 뒤로 날아갔다. 우리 군이 쏜 미사일이 한국 땅에 떨어진 사례는 창군 이래 처음이다. 낙탄 지점 700미터 거리에는 인가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날 아침에야 보고를 받았다. 군은 ‘폭발은 없었다. 화재도 없었다’고 했는데 온라인 상엔 연소되는 추진체 연료가 강릉 밤을 환히 비추는 영상이 돌아다녔다.

지난 대선 기간 화두였던 ‘선제타격’이 강릉부터 시작됐냐는 조롱부터, 대통령실 이전으로 국방부 청사를 잃어버린 군의 반발이라는 우스개도 나돌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사격장을 없애 생긴 일이라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보고까지 걸린 7시간을 ‘잃어버린 7시간’이라 지목하며 안보 공백을 우려했다.

▶뒤로가는 미사일=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4일 밤이다. 밤 11시께 한국 공군은 미사일(현무-2C)을 발사했는데 동해 방향으로 발사된 미사일 4발 가운데 1발이 육지로 떨어졌다. 미사일이 낙탄한 지점은 군 영내 골프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사실은 군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에 있는 국가위기관리센터로 실시간 공유됐다. 문제는 그 다음 부터다.

윤 대통령은 미사일 낙탄 사실을 5일 새벽에서야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관계자는 “긴급한 교전이 발생했거나 민간인 피해가 난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추가 미사일 훈련까지 완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릉 시민들이 간밤에 발생한 화염과 소음으로 인해 불안에 떨었던 만큼 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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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6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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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지난 7일 ‘대통령 지시사항이 내려온 것이 있느냐’ 김영배 의원의 질의에는 “제가 아는 바로는 없다. 제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의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그 부분도 제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다. 사실상 안보 공백이었다. 잃어버린 7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멍 난 상태로 7시간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릉 소재 119상황실에는 4일 밤 11시께부터 ‘비행장에서 폭탄 소리가 난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는 등의 신고 10여 건이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출동 중 군부대 측으로부터 훈련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3분 만에 귀소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 아니냐, 전쟁이 난 줄 알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군이 언론 보도 엠바고를 걸어 5일 오전 7시반께까지 아무런 공지와 해명도 하지 않아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5일 오전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으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 밝혔다.

우리 군이 미사일을 쏜 것은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발사했던 미사일이 한국 땅에 떨어지면서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추락한 미사일(현무2-C)는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무기중 하나라는 점에서 한국 군의 대응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군은 2017년 9월 15일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같은 미사일을 쐈으나 2발 중 1발이 바다에 추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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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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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文 탓’·野 ‘늑장 대응’=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폈다. 국회 국방위원회 신원식 간사(국민의힘)는 5일 “현무-2C 낙탄으로 강릉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기본적으로 과거에 마차진이라고 위험성 없고 안전한 사격장이 있었는데 (9·19 합의를) 확대 해석해서 억지 폐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9·19 군사합의 자체가 군사적으로 우리 발목을 묶는 것이지만 운용상 마차진 활용이 가능한데 왜 옮겨서 벌벌 떨게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군의 대응 문제를 질타했다. 장성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의 지대지미사일 발사는 완전한 실패다. 국민 머리 위에 현무가 떨어졌고, 그보다 나쁜 건 늑장 대응, 축소 대응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영배 의원도 “합참은 심각한 상황이 대통령에 보고됐는지 여부를 모르고 대통령으로부터 아무 지시가 없었다면 안보 공백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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