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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금융위기 이후 처음"...경상수지 적자, 경제위기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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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세종=유선일 기자, 유효송 기자] [편집자주] 경상수지에 빨간불이 커졌다. 8월 경상적자는 14년 만에 처음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모두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왔다. 들어오는 달러화보다 나가는 달러화가 더 많으면 한 번의 충격이 자칫 경제위기의 악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가을은 어떨까.

[MT리포트] 경상수지 적자, 위기를 막아라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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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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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경상수지가 같은 달 기준으로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강력한 통화 긴축을 통해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달러화 수급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약 600조원) 이상에 달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9월 이후다. 현재로선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공산이 크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칫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다.

특히 한국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중국 수출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라는 지적이다. 감산으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국제유가도 수입 측면에서 부담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의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며 상품수지 적자폭이 44억5000만달러로 지난 7월(-14억3000만달러)의 세배 이상으로 불어난 때문이다.

8월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 이후 14년 만이다. 통상 4월에는 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이유로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밖의 달에는 흑자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국의 경상수지가 4월 이외에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2월 이후 10년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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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여행·운송), 배당·이자 등 소득수지로 구성된다. 한 국가가 무역, 해외 투자, 서비스 교역 등 모든 경제 영역을 통틀어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 등과 같이 경제규모가 크고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에서는 경상수지가 단기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경제규모가 크지 않고 GDP(국내총생산)의 상당부분을 수출·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가 된다. 해외에서 식량과 에너지, 원자재 등을 수입하려면 원화가 아닌 달러화로 지급해야 하는데, 달러화를 벌긴 커녕 오히려 잃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누적되면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1994년 1월부터 1997년 10월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이어지며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월~8월에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불안을 유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는 외화유동성 확보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며 "당장 외환위기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만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고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이상으로 충분한 만큼 경제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제 얘기가 아니라 접촉한 국제기구, 신용평가사, 국내외 전문가 얘기를 종합하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하는 것을 대신해 전하는 것으로 답을 드리겠다"며 "그동안 우리 외환보유액이 많아져서 총 4300억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9월에) 196억달러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지난 8월 경상수지는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하였으나 9월 들어 무역적자가 크게 축소됨에 따라 9월 경상수지는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경제는 주요국에 비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올해 연간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이전보다는 적겠지만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경상수지 적자가 나왔지만 (한국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린 건 아니며 (적자가) 일시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경상수지 적자를 (외환)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것만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 예상하긴 어렵다"며 "현재는 달러화 (가치의) 영향이 더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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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8월 경상수지 적자가 이례적 현상이라 하더라도 수출에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반도체 수출액은 109억6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6.8% 줄었다. 메모리 단가가 하락하며 26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메모리 가격은 D램 10~15%, 낸드플래시 13~18% 하락했다. 4분기에도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 가격이 각각 13~18%, 15~20%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주요 산업이 불황을 겪는 상황이라 반도체 부문도 (업황이) 좋지 않다"며 "반도체 산업만 특별히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요인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중무역도 우려된다. 4개월째 이어지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9월 6억8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으나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6.5% 줄었다. 주 실장은 "중국 쪽 수출이 반도체를 제외하면 잘 안 되고 있는데, 그건 산업경쟁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국제적으로) 중국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지 않는 것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기업에 맡겨 둬야한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중국 외의) 지역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칩4 등 동맹체에 참여해 연착륙을 유도해야한다"고 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의 감산 결정으로 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도 수입액 측면에서 경상수지에 부담이 되는 변수다.

한편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를 막고 경상수지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최근 경제 상황 및 경상수지 동향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국내외 경제와 금융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올해 연간으로 상당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이런 흑자 기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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