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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특파원 시선] 러 대응 다급한 유럽, 北도발은 '먼 나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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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北 잇단 도발에 EU 성명 두 차례뿐…에너지 등 내부 문제에 대북현안 '뒷전'

연합뉴스

서방 vs 반서방 (PG)
[양온하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코리아에서 왔다고? 북한, 남한중 어디 말인가?"

약 2주 전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이후 심심치 않게 받은 질문이다.

동네 공원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은 물론, 한국으로 치면 구청 격인 코뮌(commune)에 현지 체류 등록을 위해 인적 사항을 제출할 때나 부동산 중개업소, 은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한'이라는 기자 대답에 "그래도 북한보다는 남한이 살기 좋은 거지?"라고 되물은 이도 있었다.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가 있어 '유럽의 심장'으로 불리기도 하는 도시 한복판에서 들은 말 치고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아니, 오징어게임, 손흥민, 방탄소년단(BTS) 모르나?'

속으로 발끈한 것도 잠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남북한에 대해 적은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남북한, 한반도에 대한 '무관심'이 평범한 이들을 넘어선 유럽 차원의 기류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4일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넘겼다.

6일에는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한 극히 이례적인 '시위성 남하' 비행도 감행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꾸준히 나온다.

이렇듯 북한이 무력 시위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비단 한미와 장기간 대화 교착 상태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초래한 서방과 중국, 러시아 등 반(反)서방 진영 간 균열을 틈탄 성격이 짙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EU 차원의 공식 성명은 단 두 차례에 그쳤다.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의 트위터 계정에 별개로 북한의 IRBM 발사를 규탄하는 입장이 게재되긴 했지만, 이마저도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영문 트위터 계정을 잘못 태그해 올렸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EU 공보팀 관계자에게 해당 문제를 지적했지만, 여전히 수정되지 않고 있다.

단순 실수겠지만 해당 계정은 EU 공보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일종의 '무관심'의 신호로도 읽힌다.

EU가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상정을 매년 주도할 정도로 한반도 현안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 이슈가 한참 '뒷전'에 밀려나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에 덮친 에너지 위기와 러시아에 대한 대응 등 겹겹이 쌓인 내부 현안에 '여력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외교가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브뤼셀을 방문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북한인권대사)도 공개석상에서 비슷한 소회를 털어놨다.

이 대사는 지난달 29일 국제교류재단(KF)-브뤼셀자유대학(VUB) 공동 주최로 열린 '브뤼셀 코리아 연례포럼' 패널로 참석한 자리에서 유럽의회 관계자들로부터 북핵 및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의 '온도 차'를 느꼈다며 "솔직히 약간은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 각국과 유럽 의회의 이목을 끌어내는 것이 나는 물론이고 한국 정치인들과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한 바 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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