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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기업 해외공장 증설에… 국내 소부장 협력사들도 고용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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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삼성SDI 등 증설 계획에 배터리 소재 업체들 채용 늘려

포스코케미칼도 국내 공장 신설

해외 생산기지, 中企엔 새 판로… SK실트론은 국내외 공장 시너지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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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등에 잇달아 해외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힌 것이 국내 협력업체들의 고용과 투자를 키우는 효과를 내고 있다.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 투자에 따라 국내 소재 및 부품업체들도 생산량 확대를 위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국경을 넘는 ‘투자 선순환’ 효과가 현실화된 것이다.

올해는 미국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요 그룹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사업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해외 사업 확대는 국내 산업 생태계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6일 재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업체의 해외 공장 증설 움직임에 따라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연이어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비엠은 충북 청주시 등에 연간생산 9만5000t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 배터리업체들의 해외 공장 확대로 수요가 늘어나자 현재 경북 포항시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늘어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 임직원 수는 2018년 800여 명에서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1300여 명으로 약 63% 늘었다. 연구개발(R&D) 비용은 2017년 65억 원에서 지난해 말 330억 원으로 뛰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제작하는 에스엘은 국내 대기업 해외 생산기지로의 수출이 늘면서 올해 매출액을 약 42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의 곱절 수준이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55억 달러(약 7조7200억 원)를 투자해 신규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5월 발표했을 때 가장 반색한 곳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공장이 지어지면 에스엘의 매출과 기업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만도, 한온시스템 등 다른 전기차 부품 업체들 역시 해외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도 국내 투자를 늘리는 효과를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이와 연계한 국내 투자까지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5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10대 그룹이 향후 5년간 1055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을 때 국내 투자 비중은 약 87%에 달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전남 광양시와 경북 포항시에 8900억 원을 투자해 양극재와 음극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의 고용 인원은 2000여 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50% 이상 늘어났다.

국내외 공장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있다. SK실트론은 8월 경북 구미시에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 공장을, 9월 미국 미시간주에 웨이퍼 자재 공장을 각각 준공했다. 11월부터는 미국에서 만든 웨이퍼 자재를 국내에 들여와 웨이퍼 제조 공정을 거쳐 완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해외 설비 투자는 결국 한국 협력사의 소재 부품 장비 공급을 통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라며 “해외 투자가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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