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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물가와 GDP

유가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 물가 더 뛰고, 무역적자는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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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스트리에나 비엔나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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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유가가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잠시 주춤했던 물가가 또 오름세로 전환되고 무역수지 적자 폭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5일(현지시간)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배럴당 8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유가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금융센터는 “러시아-사우디와 미국 간의 석유패권 경쟁 심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장 약 7개월 만에 리터당 1700원선 아래로 내려간 국내 휘발유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휘발유 가격과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연동되는 싱가포르 거래소의 국제 휘발유 가격은 이미 90.80달러로 하루 만에 4.35달러나 뛰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겨울철이 다가올수록 수요가 점점 커지면서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중단할 경우, 대체 수요로 원유 가격은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감산 결정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도 크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조정의 영향으로 8월 5.7%, 9월 5.6% 등으로 두 달 연속 상승률이 둔화했다. 애초 기획재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10월 정점을 찍은 뒤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미 확정된 전기요금 인상에 석유제품마저 오르면 이같은 전망이 빗나갈 가능성은 커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OPEC+의 감산 조치는 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경기 위축 우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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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유가정보판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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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유가가 오르면 6개월째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의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37억7000만달러로 전월(94억9000만달러)에 비해 50억달러나 줄었다. 이는 지난달 유가가 떨어지면서 수입액이 한 달 전에 비해 15억달러나 줄어든 영향이 컸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유가마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면 무역수지 적자 폭은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 오르면 수출은 0.03% 늘어나는 데 비해 수입은 3.6%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침체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기업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3월 매출액 1000대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 80.1%가 유가 상승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실제 LG화학 등 석유 소비 비중이 높은 화학업계는 이미 하반기 실적이 반토막 났다. 영업비용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하는 항공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배럴당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약 397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80여억원의 유류비 지출이 늘어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유가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기업들의 비용도 늘어나 경제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유류세 인하보다는 에너지 절약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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