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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들 “깜짝 놀라…숨을 쉴 수 없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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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깜짝 놀랐다.”(모르텐 멜달)

“완전히 놀라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캐럴린 버토지)

9올해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들은 수상 소식 직후 귀를 의심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스웨덴 과학원은 5일(현지시간) 버토지(56·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배리 샤프리스(81·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박사, 멜달(68·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를 올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이들은 암 치료제 같은 신약 등을 쉽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분자 합성 기술을 개발해 ‘클릭 화학’을 창시하고 발전시킨 공로가 인정됐다.

세계일보

(왼쪽부터) 올해의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한 캐럴린 버토지 스탠포드대 교수, 배리 샤프리스 스크립스연구소 박사, 모르텐 멜달 코펜하겐대 교수. AP·AFP·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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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달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재단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전화 인터뷰에서 “유기화학의 복잡성은 우리 학자들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며, 새로운 것들이 늘 끊임없이 등장하곤 한다”며 “수상 소식을 듣고 완전히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때때로 수많은 연구자는 물론 나아가 대중들의 삶을 더 용이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발상이 생기곤 하는데, 그게 바로 나에게 일어난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클릭 화학’이란 부산물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마치 블록을 조립하듯 두 분자를 합성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멜달 교수는 자신의 최고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구리 촉매 아지드-알킨 고리 첨가 반응(the copper catalyzed azide-alkyne cycloaddition)’ 개발이 획기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해당 반응은 (기존에는)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와 샤프리스 교수가 각각 독자적으로 찾아내는 데 성공한 구리 촉매 아지드-알킨 고리 첨가 반응은 기존 합성방식과 비교해 매우 경제적인 합성 방식으로 꼽힌다. 현재 신약 개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멜달 교수는 화학 연구로 진로를 고민 중인 젊은 연구자들을 향해 “화학에는 수많은 실존성이 존재하므로 굉장히 흥미로운 분야”라고 격려했다.

버토지 교수는 이날 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수상 연락을 받고 “완전히 놀라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이것이 사실인지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현실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을 듣자마자 아버지에게 전화해 “할 얘기가 있으니 TV 소리를 줄여주세요”라고 말했다.

은퇴한 물리학자인 그의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스타일로 당시에도 TV를 보고 있었다고 그가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사고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너 상 받았지, 그렇지?”라고 물었다고 한다.

노벨위원회는 버토지 교수가 살아 있는 생물체 내에서 세포의 정상적인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클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생체직교반응’을 개발해 “클릭 화학을 새 단계로 끌어 올렸다”고 평가했다.

버토지 교수는 7번째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됐으며, 사프리스 박사 2001년에 이어 노벨 화학상을 두 번째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인사는 물리 및 화학상의 마리 큐리 등 5명이 있다.

클릭(Click)은 말 그대로 단추가 채워질(snap) 때 딸깍하는 의성어다. 버토지 교수 등은 수천 수만 분자수의 거대 고분자 유기물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기법으로 이 ‘단추 채우기’를 창안했다. 옷 단추 채우기는 혁대 버클 잠그기와 비슷해 이를 같이 연상할 수 있다. ‘클릭 화학’은 학문적으로 ‘생체 직교 화학’으로 불리는데 직교(直交)는 직각교차, 서로 수직으로 교차하는 관계를 일컫는다. 직교 관계는 수학에서 나왔으나 한 시스템에서 특정 성격을 분리시키는 방안으로서 화학이나 예술에서 차용되었다.

노벨상 화학위원회의 요한 아퀴비스트 위원장은 “클릭 화학은 클릭이라는 말 그대로다”며 “분자들을 단추 채우듯 서로 묶어내는 것으로 작은 화학적 버클들을 결합시켜 다양한 새 화합물 블록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채운 단추와 버클들을 다시 채우고 잠가가며 연결시키는 과정을 되풀이하면 복잡하고 최초의 거대 분자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상자들이 토대를 마련한 클릭 화학 기법은 새 화합물 생성에 기반한 신약 개발에 특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돼 이 기법을 활용해 개발한 항암 약제들이 임상 실험 중이라고 한다. 세포 탐사, 생물조직 활동 추적 등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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