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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가 표현의 자유란 민주…'집값 풍자' 기안84 떠오른다 [임명묵이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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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윤석열차'와 웹툰 '문켓몬스터'. 그래픽=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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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생이 그린 만화 하나가 논란이다.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로, 김건희 여사와 칼을 든 검사들이 윤 대통령 얼굴의 기차에 타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소년 대상 공모전이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며 ‘엄중 경고’했다. 행사를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막대한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데다 공모전 대상이 장관상이라는 게 문체부가 경고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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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의 '윤석열차' 만화에 대한 보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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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즉각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했는데, 정작 가장 기본인 표현의 자유 침해에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되살리려는 게 아니라면 엄중 경고를 철회하고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면 대응하는 정부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야당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작품 자체에 대한 논란은 일단 별론으로 하고, 문체부 대응은 정부 기관이 공모전 심사위원들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섣불리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를 남기기에 충분하다. 문체부는 청소년을 정치에 이용했다지만, 청소년도 얼마든지 정치적 견해를 표출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유독 보수 정권이 정치 풍자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지난 2011년 개그맨 최효종은 강용석 의원(무소속)을 풍자했다가 고소를 당했고, 2012년엔 민중화가 홍성담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출산하는 그림을 전시하자 새누리당이 법적 대응을 검토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 재직시인 2017년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누드화를 전시해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야권은 "정치인 풍자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풍자에까지 법적 조치를 들이대는 보수 정부에 반감을 느꼈기에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대가 컸다. 최소한 표현의 자유만큼은 개선될 거라 믿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처럼 증거가 남는 미숙한 방식의 억압은 없었지만 극성 팬덤이라는 수단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더 위축시켰다. 지난 2017년 한겨레는 당시 영부인을 김정숙 ‘여사’ 대신 ‘씨’를 썼다는 이유로 십자포화를 맞고 호칭을 다시 ‘여사’로 되돌렸다. 이 사건은 이후 일어날 일들의 예고편 격이었다. 웹툰 작가 기안84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풍자로 고초를 겪었다. 네이버 도전 웹툰의 '문켓몬스터'는 문 전 대통령을 조롱한 웹툰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지지자들의 신고 접수로 게재가 임시 중단됐다. 보수 정부에서 그렇게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던 사람들은 보수 정부가 떠나가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표현의 자유를 위해 더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혹자는 권력자가 법적 수단을 동원해 압박하는 것과 대중 여론의 압박은 다르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맞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팬덤뿐 아니라 법적 수단까지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을 배부한 시민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권력자를 향한 비방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장돼야 한다던 과거 주장과 상치되는 행동이었다. 지난 8월에는 문 전 대통령의 측근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보수 색채의 개그맨 김영민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정도가 약할지 몰라도, 내 편을 비판하는 표현을 막기 위한 법적 압박은 문 정부 사람들의 일관된 기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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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건의 피고소인이 경찰서로부터 받은 출석요구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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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집권할 때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번 문체부의 경고도 그런 맥락에서 봐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권력을 풍자(때론 모욕과 조롱)하는 데 대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가 권력을 쥐기가 무섭게 '표현이 자유에도 선이 있다'라는 식으로 돌변했다. 여야가 피장파장이라며 서로를 비난하기만 하면 표현의 자유는 끝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오늘 표현의 자유를 떠드는 이들이 내일 집권했을 때 그 자유를 보장해줄 거란 신뢰가 없다면 자기검열을 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이번 문체부의 ‘엄중 경고’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실수를 다시 한번 반복하는 꼴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지난 문 정부 시절 대다수 국민은 표현의 자유가 개선됐다는 걸 체감할 수 없었다. 특히 정치풍자는 지난 그 어떤 정권 때보다 오히려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런 불만을 해결해주겠다는 약속으로 집권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당시인 지난해 10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주기자가 간다’에 출연했을 때 “대통령이 되어도 자유롭게 정치풍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냐”는 질문에 “그것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SNL의 권리”라고 답했다. 정치풍자의 영역에서도 표현의 자유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처럼 말하고는 집권 뒤 입을 싹 씻는 건 딱 문재인 정부의 데자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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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전에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SNL)에서 "정치 풍자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건가?"라는 질문에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SNL의 권리입니다"라고 답했다.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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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잃은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겪은 나쁜 경험 탓에 국민은 아무리 민주당이 표현의 자유를 떠들며 윤 정부를 비판해도 야당 편을 들어주기보다 ‘왜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냐’라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문 정부의 실책을 그대로 답습하면 몇 년 후 같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분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거추장스러운 팻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까 싶어 우려스럽다. 여야 정치인들이 권력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 원칙을 보장하는 신사협정이라도 맺어야 하는 걸까. 답답하다.

임명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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