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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우현 OCI 부회장 “IRA는 기회···해외 기업과 美 태양광 투자 늘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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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로 태양광 업황 좋아졌지만

中 공급망이 90%···배제 어려워

비중국계 기업들과 협업 늘려야

반도체·전기차 등 신산업도 육성

포스코·금호 등과 상생모델 구축

각종 규제에 경쟁력 약화 아쉬워”

대담=서정명 산업부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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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웨이퍼 95%, 셀 85%에 달합니다. 단기적으로 태양광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해외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국 시장 지배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OCI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행정부가 지난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며 태양광 핵심 소재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IRA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관련 인프라에 향후 10년 동안 4850억달러(약 684조원)의 예산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예산의 80% 정도를 태양광, 풍력, 전기자동차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입한다.

IRA가 OCI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이 부회장은 “대운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OCI는 2012년 북미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인 알라모(Alamo)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한 후 현재까지 1250 메가와트dc(MWdc)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개발과 매각을 미국 중심으로 진행해 왔다”며 “IRA가 태양광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포함하고 있어 당사가 미국에서 진행하는 사업에도 수혜가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RA로 긍정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된 만큼 가까운 시일 내 인허가와 공급망 확보 등 제반 사항 준비를 끝내고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적극적인 미국 투자도 예고했다.

미국 사업을 진행하는 데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뽐내고 있는 중국을 배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이 부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10년 동안 전세계 태양광 시장을 독식해온 것은 단지 규모만 큰 게 아니라 실력도 좋기 때문”이라며 “중국산 제품을 배제한 채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빠른 시일 내에는 실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OCI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지난 2020년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IRA로 태양광 업체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비중국계 기업과 전략적으로 협업해 미국에서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OCI는 태양광 사업 뿐만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전자소재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매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각각 4000톤, 7만5000톤 가량 생산한다. 2020년 포스코케미칼과 합작사 피앤오케미칼을 설립해 음극재 코팅용 소재를 생산할 계획이며 금호피앤비화학과 만든 합작사 OCI금호에선 전기차 경량화 소재로 사용하는 에폭시의 원료 에피클로로히드린(ECH)를 연 10만톤 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포스코케미칼, 금호피앤비화학 등 다른 기업과의 협업은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가령 금호피앤비화학은 에폭시 생산에 있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로, 여기에 OCI가 보유한 원재료 가공 기술을 더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단순히 기업 간 상생을 넘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적 협업 모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에서 고부가가치를 내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말레이시아에선 원가 경쟁력을 갖춘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투 트랙’ 전략도 잘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1년 국내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2년 사이 전기료가 30% 상승할 정도로 국내에선 불확실성이 컸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폴리실리콘 생산 단가에서 전기료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말레이시아는 저렴한 전기료로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생산 단가 예측과 공장 운영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생산 규모는 기존 연 3만톤에서 최근 3만5000톤까지 늘어났으며 군산 공장의 유휴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추가 이전하기 위해 현지 정부와 협의 중이다. 반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무엇보다 높은 품질이 중요한 만큼 국내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 부회장은 덧붙였다.

전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 열풍에 힘입어 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인력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다른 자원은 비용을 많이 투입해서라도 확보할 수 있지만 인적 자원은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대부분의 생산 라인이 해외나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 있어 근무하기 꺼려하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수도권 대비 지방의 생활 문화 인프라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인사와 복지 제도를 개선해 주요 생산 거점에 우수한 인재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MZ세대의 니즈를 반영하고 세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화학업계를 옥죄는 각종 규제도 아쉬운 부분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화평법·화관법, 주52시간제 등 다양한 규제들을 모두 신경 쓰다보면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어렵고 경쟁력도 저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화학 물질 자체가 폭발성과 같은 위험이 있어 이를 안전하게 다루기 위한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 관점에서 봤을 때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중국 업체에 비해 원가 경쟁력 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폭우로 생산이 중단된 포항 공장도 복구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OCI의 포항 공장이 위치한 포항 산업단지는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연장 근로를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현행 주 52시간에서 주 64시간으로 늘어난 정도다. 이 부회장은 “공장에 있는 각종 설비를 일일이 열어서 닦고 말린 후 누전 테스트까지 진행해야 하는데 근로 시간 규제로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경 없이 일관적이면서도 예측 가능한 정책과 지원을 통해 기업이 중장기 투자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좋겠다”며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 사회 전반적으로 낙수효과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리=전희윤기자 사진=권욱 기자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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