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쇼크로 신음하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대규모 감산을 결정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OPEC+를 상대로 대규모 원유 감산을 결정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했지만 산유국들은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강행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OPEC+ 정례회의 하루 전인 4일 OPEC+를 상대로 "현재 주요 경제 변수가 원유 감산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업적으로 선전하는 자국 내 휘발유 가격 안정세가 깨지기 때문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증산을 당부했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앞서 OPEC+의 대규모 감산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국제유가는 4일 3%대 급등을 했다. 지난달 26일 배럴당 76.71달러까지 내려갔던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OPEC+ 회의를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전장보다 3.46% 오른 86.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간 8.8% 올랐다. 같은 날 12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3.31% 오른 91.8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90달러대를 상회한 건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이다. 5일 오후 감산 발표 직후에는 WTI와 브렌트유 모두 1%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9월 개별 생산수준 추정치에 따르면 전체 생산 목표를 하루 200만배럴 감산하더라도 실제 공급량 감소는 하루 약 88만배럴이 될 것"이라면서 "88만배럴도 상당히 줄어든 것인데, 한 곳 이상의 회원국이 일방적인 추가 감산을 통해 목표치를 맞출 수도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은 미국이 석유 재고를 방출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는 지난 3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의 양대 생산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감산의 주요 논점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WSJ는 OPEC 대표단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대규모 감산이 현실화하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런던 PVM오일어소시에이츠의 스티븐 브레넉 선임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9월 한 달간 폭락한 터라 반등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OPEC+의 감산과 함께 석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 시대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은 미국이 석유 재고를 방출함으로써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9월 유가 하락 덕에 무역 적자와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달에 비해 모두 개선됐지만, OPEC+의 감산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10월에는 다시 무역 적자와 물가지수가 악화될 위험에 놓이게 됐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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