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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겨울잠 자러 간 개미들...증시 주변 자금 증발에 현금이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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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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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부 철회되기는 했지만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 발표에서 나타난 주요국 간의 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과 중국의 성장 둔화, 유럽 에너지 위기 등도 복합적으로 뒤얽혀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 증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 속에서 유달리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불과 1년여 전 ‘삼천피(코스피 3000선)’의 영광이 무색하게 2200선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을 이끌던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의 힘도 빠졌다. 유동성이 줄자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다시 투자자 이탈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개미들의 이탈은 수치로도 체감된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0조8523억 원을 기록하며 올해 초 고점(75조1073억 원) 대비 25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으로,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평균 60조 원대를 유지하던 투자자예탁금은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내리막을 걸으면서 50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날 기준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142조803억 원으로, 전월보다 11조 원가량 빠져나갔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연초 대비 10% 가까이 감소한 63조2039억 원을 기록했다. MMF나 CMA는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는 초단기 금융상품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증시에 관망세를 보일 때 수요가 늘어나지만, 증시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예·적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는 30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점차 발을 빼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를 보면 이달 3일 기준 외화증권 보관 금액은 806억 달러(약 114조 원)로 집계됐다. 월별로 보면 올해 들어 최저치다.

금융당국은 외환시장 개입과 함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재가동하고, 5조 원을 긴급 투입해 국채를 매입하는 등 전방위적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조치들은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긴축 기조와 경기 둔화(약화)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다. 채권시장 역시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가파르게 폭등하던 원자재 가격도 최근 진정세를 찾으며 투자 매력이 낮아졌다.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지수는 지난달 8.7% 떨어지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최근 들어서는 ‘현금도 종목’이라는 증시 격언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통상 물가가 오를 때는 현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질 수익률은 ‘0’보다 낮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투자 난도가 높아지면서 수익을 내기보다 위험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을 헤지(손실 회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투자처였지만, 물가 상승세가 매우 가파른 초인플레이션 시기에는 현금 확보가 제일 중요하다”며 “지금은 돈을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월가에서도 현금 확보를 중점으로 투자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더 이상 현금이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 수준과 연준의 긴축 정책을 보면 현금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립’에 가깝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도 주식 60%, 채권 40%의 균형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보면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각각 50%, 30%로 낮추고 현금을 20%까지 늘리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투데이/김예슬 기자 (viajeporlun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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