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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탈 수 있다면” “요금 부담”… 정부 ‘택시난 완화 정책’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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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부터 시범 적용

승객이 호출료 지불 유무 선택

법인택시 회사 취업 절차 완화

서울 3부제 운행 해제도 추진

타다·우버 등 모델 활성화 나서

현장 떠난 기사들 복귀 미지수

골라 태우기 계속 땐 효과 없어

정부가 심야시간(오후 10시∼오전 3시) 택시난 해소를 위해 현행 최대 3000원인 호출료를 최대 50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범 적용한다. 원하는 택시기사들에 한해 심야 파트타임 근무를 도입하고 취업절차 간소화를 추진하는 등 관련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심야 택시기사 공급을 늘리기 위한 취지이지만, 벌써부터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4일 택시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택배·배달업계로 이탈한 택시기사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수도권 심야 택시가 부족해진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 2만3000대 규모였던 서울시의 심야 택시 운행 대수는 지난 7월에는 1만8000대 수준으로 5000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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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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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현행 최대 3000원인 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인상한다. 수요가 많은 시간대·지역일수록 호출료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안이 확정될 경우 내년 2월 이후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심야 택시요금이 최대 1만1720원으로 오를 수 있다.

승객이 호출료를 내고 택시를 부를 것인지 선택할 수 있으며, 무료 호출은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호출료를 낸 승객의 목적지는 택시기사가 알 수 없도록 하고, 목적지가 표기되는 가맹택시는 강제 배차하기로 했다. 탄력호출료 시스템은 이달 중순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수도권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심야에 한해 파트타임 근로도 허용하기로 했다. 택시운전 자격을 갖춘 기사가 운휴 중인 법인택시를 금·토요일 심야 등 원하는 시간대에 아르바이트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법인택시 회사의 취업절차도 완화된다. 범죄경력 조회 등 필요한 절차만 이행하면 즉시 취업해 일단 일하면서 정식 자격을 딸 수 있도록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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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도입된 택시부제 해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택시는 차량번호 끝자리에서 조를 나눠 조별로 운행할 수 없는 날을 정하는 부제를 각 지자체별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3부제 방식인데, 이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타다·우버 등 다양한 플랫폼 모델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2020년 국회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에 따라 렌터카 등을 활용한 운송업체들은 기업 매출의 5%를 기여금으로 내고, 택시총량제를 준수하는 수준에서 영업할 수 있다. 국토부는 플랫폼 업체의 원활한 진출을 위해 기여금 수준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중형 택시에서 대형승합 택시로 전환하기 위한 요건(5년 무사고)도 폐지해 대형승합 운송 서비스 공급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타다·우버 서비스를 놓고 지난 몇 년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제 혁신을 가로막는 기득권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겠다”며 “심야 출퇴근 서비스 등 플랫폼 업계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서비스는 원칙적으로 허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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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심야 호출료 인상과 '파트타임 택시기사'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하는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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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대중교통 공급도 확대한다. 연말에 서울 시내버스 운행시간을 연장하고, 심야 올빼미 버스도 배차간격을 단축하기로 했다. 실시간 호출형 심야버스도 도입한다.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은 수요가 있는 곳을 버스가 실시간으로 찾아가 서울 도심에서 외곽지역으로 심야 귀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택시기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놨지만, 이미 다른 업종에서 자리를 잡은 종사자들이 택시업계로 돌아올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콜은 일부러 받지 않고,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요금을 올려주면, 공급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혁신적인 서비스 도입, 택시총량제 손질 등 근본적인 개선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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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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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수 있다면 추가 지불 괜찮아” “요금 부담돼 호출 망설여질 것”

회사원 주모(27)씨는 지난달 택시를 기다리다 지쳐 새로운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았다. 평소 이용하던 앱으로는 도저히 택시가 잡히지 않아 다른 앱보다도 호출 요금이 더 높게 책정된 새 앱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려받은 것이다. 이날 주씨가 서울 용산구에서 강동구까지 이동 후 지불한 택시비는 3만8000원. 평소 2만원 안팎 나오는 거리를 두 배 가까운 요금을 지불하고 나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주씨는 “집에는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심야 택시잡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웃돈은 필수가 됐다”면서 “택시가 없다 보니 앱에서 배차가 더 잘 되는 ‘프리미엄’ 값을 추가로 지불하거나 호출비가 더 높은 앱을 사용하고 있는데, 택시가 늘어나서 프리미엄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면 오히려 택시비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심야 택시 호출료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주씨처럼 택시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요금 부담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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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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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태원에서 택시가 잡히지 않아 고생했다는 조모(29)씨는 “밤에 택시 때문에 곤란을 겪은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택시가 바로 잡힌다는 보장만 있다면 합리적인 선에서 돈을 더 낼 의향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법인택시의 경우 요금 인상분을 법인이 가져간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 같다. 인상된 요금은 택시기사님들의 처우 개선에 쓰이면 좋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오모(28)씨는 “오랜 기간 택시 요금이 동결됐으니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택시업계 입장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용하는 입장에서 이제 택시 타는 게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택시 호출비 인상이 부담스럽다고 꼬집었다. 오씨는 “이제 택시를 부를 때 기본적으로 택시 호출 앱 3개는 돌린다”며 “앱별로 배차 시스템이 다르고 그에 따라 요금체계도 달라지지만 ‘일단 잡고 본다’는 생각인데, 여기서 호출비가 더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택시업계는 국토부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더 강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장홍 전국개인택시운송조합 기획과장은 “택시 부제 해제 같은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한 건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택시 부제는 차량번호 끝자리에 따라 조를 나눠 택시 운행을 규제하는 시스템인데, 국토부는 부제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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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심야 호출료 인상과 '파트타임 택시기사'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하는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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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과장은 “국토부 대책이 서울시 요금조정안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 승차난이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서울시 대책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기본요금 현실화를 위해 서울개인택시조합에서 요구했던 수준이 7000원이었고 최소 6000원은 돼야 했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인상폭이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기본요금 인상률이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못 미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택시 운영 형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강신표 택시노조위원장은 “지금은 300만∼400만원 벌어봤자 실수령액으로 200만원 가져가기도 힘들다. 택시로는 벌이가 안 되니까 기사들이 택배로 빠져나간 것”이라며 “파트타임 근로 허용은 바람직하지만, 전액관리제 폐지와 같은 근본적인 규제 개혁이 있어야 택시 기사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준·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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