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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형수 욕설' 외면하고 'XX'만 반복...MBC 정상화 시급하다 [MBC 오정환이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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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승호 전 MBC 사장과 박성제 현 MBC 사장(왼쪽부터, 과거 파업 때 모습). 배경은 윤석열 대통령 뉴욕 발언 보도에 '자막 조작'이 있었다며 MBC에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 그래픽=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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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국에서 한 남성 기자가 친구와 전화로 잡담하고 있었다. 그때 한 여성 기자가 지나갔다. 남성 기자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전화 끊어. 재수 없는 X 지나간다.” 길거리 불량배가 했어도 비난받을 행동이다. 그러나 2014년 무렵 MBC에서는 나서서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모욕을 당한 당사자 역시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남성 기자는 기세등등한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언론노조) 소속 MBC 공채 기자였고, 여성 기자는 노조의 파업 기간 회사가 채용한 경력 기자로 언론노조 소속이 아니었다. 나중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언론노조 측이 MBC 경영권을 장악한 뒤 이 남성 기자는 강한 정치색을 드러내며 승승장구했다.

모두가 MBC에서 그런 호시절을 보낸 건 아니었다.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경력 기자(대부분 파업 때 채용) 여러 명이 영상편집부로 발령받았다. 과거엔 고졸 계약직 직원들이 하던 일이었다. 부당한 인사에 해당 기자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그때 한 여성 기자는 임신 중이었다. 그는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부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유산했다. 임산부의 전보 요청 거부는 근로기준법상 징역 2년 이하에 해당하는 범죄다. 그러나 그 부장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영전했다. 소위 진보라는 최승호·박성제 사장 때 벌어진 일이다.

공영방송에서 어떻게 이런 인권 유린이 일어날까. 밖에선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언론노조가 경영권 장악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내부 저항을 막는 데는 여기 가담하지 않는 소수를 박해해 공포를 유발하는 것만큼 유용한 게 없다.

지난 2017년 12월 말 언론노조 측이 MBC 경영권을 다시 장악했다. 10년 만이었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김장겸 사장 등 당시 경영진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상당수 기자도 언론노조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자 언론노조 소속 남녀 아나운서들이 검은 옷을 입고 MBC 사옥 앞에 도열해 "뉴스가 불공정하다"며 눈물을 흘렸고, 이런 자극적 이벤트로 여론을 조성한 뒤 총파업에 돌입해 경영진을 압박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검찰·노동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권력기관이 개입해 기존 경영진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최승호 등 언론노조 간부 출신을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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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9월 MBC 총파업 때의 시위. 이를 계기로 언론노조가 경영권을 장악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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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영진은 저항 세력에게 가혹한 박해를 가했다. 파업 불참 기자 88명을 방송에서 몰아냈다. 상당수가 계약직 사원이 하던 단순 작업이나 프리랜서 작가가 해온 업무를 했다. 심지어 정상화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파업에 가담하지 않은 기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때 만든 '위원회 소환을 거부하거나 허위진술을 하면 징계한다'는 사규는 나중에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파업 때 입사한 경력 사원들에게 채용무효통보서를 보내 겁을 주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해서는 “회사에 더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며 모욕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사표를 썼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던 최승호 사장이 이런 식으로 19명을 해고했다. 수년 전 어떤 리포트에 반론을 적게 넣었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노동위원회에서 회사를 상대로 이기고 온 사람을 다시 자르기도 했다. 노조에 맞섰던 사람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해고돼 생계가 끊길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싸워야 했다.

그 뒤 MBC는 어떻게 됐을까. 편파보도가 시작됐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기식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여성 스캔들 의혹은 외면했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현 강서구청장)에게는 오히려 공격을 가했다.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김정숙 여사 친구인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보도에 미적거렸고, 정가 소식을 전하는 ‘정참시’ 코너에선 한 달간 정부·여당을 딱 한 번 비판할 때 야당은 21회 공격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부정 의혹에는 침묵하거나 변명 전달로 일관했다. 2019년 친 조국 집회는 보도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집회는 거의 못 본 척했는데, 박성제 사장의 그 유명한 "딱 봐도 100만"이라는 발언도 이때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울산시장 관권선거 의혹은 제대로 뉴스로 다루지 않았다. 쓰는 용어만 봐도 편파성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총선 때 여야 모두 꼼수로 비례대표정당을 만들었지만 민주당엔 ‘의병정당’, 야당에는 ‘위성정당’이라고 달리 불렀다. 공수처의 전방위 통신사찰에 대한 침묵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특종이라던 '채널A 검언유착'과 박근혜 정부 사람인 최경환 전 장관의 65억 신라젠 투자 보도는 상당 부분 오보로 드러났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출 가능성 역시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인터넷에 단신으로 바로잡는 시늉만 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는 정치적 편향성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특히 대선 선거운동 100일 동안 단 하루도 예외 없이 정파적 보도를 했다. MBC가 민주당의 선거용 하부조직처럼 기능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PD수첩'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인터뷰를 방송하면서 배경음악으로 ‘거짓말’이라는 노래를 틀었다.

MBC는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을 취임 전부터 계속 흔들어댔다. 윤 대통령의 최근 3개국 순방 중에도 MBC는 흡사 저주로 보일 정도로 트집을 잡더니, 선을 넘어 대통령 발언 자막 ‘조작’ 파문을 일으켰다. MBC는 문제의 윤 대통령 발언 화면을 거듭해 방송하며 부적절했다고 비난했다. 지도층의 비속어 사용 문제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를 향한 욕설 녹음은 왜 한 번도 방송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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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을 보도한 MBC 화면. 이 보도는 불분명한 말에 단정적으로 자막을 달아 발언 내용을 호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BC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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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었으니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MBC 내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언론노조는 MBC 장악 뒤 사규를 대대적으로 개정했다. 그 안에 누가 사장이 돼도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장치를 곳곳에 심었다. 주요 국장의 임명 동의와 중간평가제, 사실상의 간부 해임권, 노사동수 윤리위원회를 통한 사원 징계권 모두 언론노조가 가지고 있다. 심지어 내부 견제를 위한 외부 시청자위원회 위원마저 언론노조 동의가 없으면 임명할 수 없다.

이러한 편파보도나 무리한 경영권 장악 시도는 단지 몇몇 인사의 일탈 행위가 아니다. 이 진영 전체의 비이성적 신념으로 보인다. 언론노조와 가까운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7년 11월 “파업 때 내부 토론에서 이제 불편부당한 중립을 취하지 않겠다, 진실과 정의·객관 보도의 늪에 빠져 헤매지 않겠다, 이런 얘기들이 나왔는데 그걸 지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MBC 뉴스는 그 뒤 중립은커녕 사실 보도조차 무시했다. 최 전 의원은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MBC가 민주주의의 흉기가 되는 게 아닐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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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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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참에 아예 언론조노의 MBC 장악을 영구화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한다. 자신들에 우호적인 사람들에게 공영방송 사장 선출 권한을 주겠다는 거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언론노조가 지배하는 방송을 넘어 언론노조가 지배하는 나라를 경험할 지 모른다. 지금 MBC의 상황은 바이러스가 번져가는 중환자와 같다. MBC 정상화가 시급하다.



※아래 글은 위 글에 대한 MBC의 입장문입니다.



<“‘형수 욕설’ 외면하고 ‘XX’만 반복...MBC 정상화 시급하다[MBC 오정환이 고발한다]”에 대한 MBC 입장문〉

중앙일보는 2022. 10. 5. “‘형수 욕설’ 외면하고 ‘XX’만 반복...MBC 정상화 시급하다[MBC 오정환이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MBC는 임신한 여성 기자의 전보 요청을 거부했는데 이는 범죄에 해당하고, 정부의 여러 권력기관이 개입해 기존 경영진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언론노조 간부 출신을 임명했으며, 정상화위원회를 만들어 파업 불참 기자들을 조사했고, 정상화위원회에 관한 사규는 위헌 결정을 받았으며, 리포트에 반론을 적게 넣었다는 이유로 기자를 해고했고, ‘채널A 검언유착’ 보도는 오보로 드러났으며, 언론노조는 사규를 대대적으로 개정해 지배력을 유지하는 장치를 심어놨는데 국장 임명동의권, 중간평가제, 윤리위원회를 통한 사원 징계권, 시청자위원회 위원 임명권을 언론노조가 가지고 있고, 언론노조의 MBC 장악을 영구화하는 법안을 민주당이 만들려고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보도하였습니다. 이 기고문에는 MBC가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경력 기자들에게 부당한 전보발령을 했고, 파업 불참 기자 88명을 방송에서 몰아냈으며, 19명을 부당하게 해고했고, 노동위원회에서 회사를 상대로 이기고 온 사람을 다시 해고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실렸습니다.

이에 대한 관련 판결 등을 근거로 한 MBC의 입장입니다.

위 내용 중 임신한 여성 기자의 경우 임신사실을 알리기 전에 교육 발령을 받았으며 기존 소속을 유지한 것이어서 전보 발령을 요청하거나 거부되지 않았습니다. 기존 경영진의 해임이나 사임에 대해 법원은 정당한 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판결하였고, 그 후 선임된 대표이사도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임명되었습니다. 정상화위원회의 조사는 파업불참 여부와는 무관하게 ‘방송의 독립성 침해, 사실의 은폐 또는 왜곡, 부당한 업무지시 또는 청탁, 방송강령 등 사규 위반행위, 위 행위들에 대한 은폐행위’ 등의 사안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정상화위원회에 관한 사규는 위헌 결정을 받지 않았습니다. 정상화위원회의 조사 관련 형사고소에 대해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하였고, 법원은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습니다. 해고된 기자의 경우 법원은 징계사유인 제보자 검증 미실시, 사실 확인 절차의 생략, 반론의 기회 박탈, 불공정 보도 등이 중한 비위 행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채널A 검언유착 보도의 경우 법원은 관련 사건에서 해당 채널A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검찰의 수사가 과도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서신을 보내는 행위는 취재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제시하였습니다. 언론노조의 지배력 유지 장치로 언급된 제도들은 사규가 아니라 단체협약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국장 임명동의제, 중간평가제, 윤리위원회를 통한 직원징계요청, 시청자위원 선정위원회 참여 등의 제도는 특정 노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방송 보장을 위한 것으로 KBS, SBS 등에도 도입되었거나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은 노조의 추천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이 아니므로 특정 노조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경력기자를 영상편집부로 발령한 것은 직무 교육과정으로서 인력의 효율적 운용과 역량 개발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파업 불참 기자 88명을 방송에서 몰아냈다고 기고자는 주장하였지만 취재 외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부당전보로 볼 수 없습니다. 19명 해고자에 관해 해고가 정당하거나 징계사유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 회사를 상대로 승소하였던 직원의 경우 징계절차상 하자가 인정되거나 양정이 과다하였을 뿐이며 노동위원회가 재징계에 대한 정당성은 인정하였습니다. 끝.

오정환 MBC노동조합 비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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