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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낙태죄 헌법불합치’에도···인공임신중절 추정치의 90%는 여전히 ‘불법’ 수술[국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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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제 도입에 관한 보건복지부 면담을 위해 세종정부청사로 출발하기 전에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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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은 연평균 3000여건씩 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한 전체 인공임신중절 건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뤄지는 낙태가 훨씬 많다는 의미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3년 반째 ‘입법 공백’ 상태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7~2021년) 인공임신중절 수술 시행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 수술은 3056건이었다. 2017년 4161건에서 2018년 3964건, 2019년 3482건, 2020년 3258건 등 조금씩 줄고 있다.

5년간 시행된 총 1만7921건의 수술을 임신 주수별로 분류하면, ‘임신 8주 이내’가 5294회(29.5%)로 가장 많았고, ‘임신 16주 이상 20주 미만’ 4431회(24.7%), ‘임신 20주 이상’ 3738회(20.9%), ‘임신 12주 이상 16주 미만’ 2317회(12.9%) 순이었다. 임신 중기 이후의 수술이 상당 비율을 차지했다.

이런 수치는 앞서 보건복지부가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와 큰 차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복지부의 의뢰로 지난해 11월19일부터 12월6일까지 만 15~49세 여성 8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2020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는 한 해 낙태 추정 건수가 3만2063건이었다. 직전 조사인 2017년에는 5만9764건의 낙태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산됐다.

2020년 수치(3258회)만 놓고 봤을 때 전체 추정 낙태 건수의 10분의 1만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은 불법 수술의 경우 정확한 집계 없이 추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를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이 된 경우, 임신 유지가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임신중절을 전면 금지한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2020년 말까지 법 개정(대체입법)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대체입법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서 ‘입법 공백’ 상태가 됐고 임신중절은 여전히 ‘음지’에 있다. 입법 공백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은 임신중절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온라인에서 수소문하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병원마다 ‘부르는 게 값’인 수술비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신 의원은 “합법적·불법적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시행되는 현황을 올바로 파악하고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안전한 수술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정체돼있던 낙태법 관련 논의를 통해 여성과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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